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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펍 ‘목제 냄새’·바르셀로나 ‘거친 벽돌’…오감으로 기억되는 도시들
눈 감고, 도시 최민아 지음 효형출판

어떤 도시나 거리는 감각적인 요소가 결합할 때 오래 혹은 의미있게 기억된다. 장소를 인지하는 것과 장기 기억은 같은 세포를 이용하는데, 여기에 감각이 더해지면 강렬한 환기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건축학자인 최민아씨는 ‘눈 감고, 도시’(효형출판)에서 후각과 청각, 촉각, 미각으로 세계의 도시를 새롭게 발굴해낸다.

런던 펍의 목제 냄새, 파리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느끼는 햇살, 바르셀로나 카이사 포럼의 거칠고 갈라진 붉은 벽돌의 촉감, 안개 낀 이스탄불에 낮게 깔리는 에잔 소리를 기억의 통로 삼아 도시의 역사와 풍경을 새롭게 읽어낸다.

17, 18세기 파리가 악취로 최악의 도시였다는 건 유명하다. 냄새는 현재 파리의 부자동네 가난한 동네를 나누는 데까지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후반에 오면 파리는 악취의 도시에서 새로운 문명의 도시로 거듭나는데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하수도였다.

파리 귀족들 사이에선 일꾼들이 미는 탈 것에 올라 하수도 속 지하세계를 탐험하는 일이 유행일 정도였다. 저자는 파리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카르티에 라텡의 좁은 골목길에서 풍기는 새벽의 과일과 생선냄새, 밤의 퐁듀와 와인냄새를 통해 파리의 또 다른 정취를 전한다.

중세에 종소리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알리는 메신저였다.

축제와 왕족의 탄생, 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 일요일의 미사, 일상의 시간 등 종소리에 따라 사람들은 움직였다. 도시의 발달에 따라 종소리는 기차의 소음으로, 오늘날 자동차 등 각종 소음들로 가득찼지만 저자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의 소리들에 주목한다.

도시의 분수대에서 솟구치는 물소리,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로 백색소음을 만들어 소리를 다스리는 것이다. 저자가 오감으로 인도하는 도시와 골목은 이내 읽는 이들에게도 전이돼 생생하게 도시와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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