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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연인(전경린 지음, 나무옆의자)=전경린의 사랑얘기를 듣는 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랑이 밀고 들어왔다 나가며 만들어내는 파고와 포말들,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상흔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빛깔을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 전경린이 어긋난 사랑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 ’이후 2년만이다. 소설은 매거진 기자인 수완이 유명인사의 생일모임에서 큐레이터 이열을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 치근거리는 남자들 사이에서 구경하듯 내내 바라보던 남자에게 이상하게 끌린 수완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고 느낀다. 사랑은 동시성의 법칙을 따라 또 다른 사랑이 그녀에게 찾아온다. 수완은 남자의 방에 집착한다. 방을 봐야 남자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사랑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왜일까. 작가는 “서로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삶에 대한 관심, 끊을 수 없는 그리움과 특별한 관대함이 테두리를 이어 가지만 중심은 비어있는 사랑. 그 사랑은 폐허일까. 시원일까”고 묻는다.

▶아편과 깡통의 궁전(강희정 지음, 푸른역사)=‘동양의 진주’로 불리는 말레이반도의 작은 섬 페낭은 18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로 건설된다, 이곳 지역사회의 주역은 중국계 이민자들. 이들은 말레이어로 ‘현지에서 태어난 자’란 뜻인 페라나칸이라 불린다, 책은 1786년에서 1930년대 말까지 페낭섬이란 독특한 시공간에서 생겨난 화인사회를 ‘아편-주석-고무’라는 키워드로 역사의 편린을 들여다본다. 그동안 동남아역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화교의 삶과 역사를 우리 시각으로 제대로 살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저자는 중국미술사가로 페라나칸 미술을 연구하다 이름없는 이들의 삶에 주목했다. 4년간 수차례 현지답사와 중국과 일본의 관련저서, 영국인 식민지 행정관의 기록 등을 섭렵,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려냈다. 페낭은 상업자본주의의 세계화와 산업혁명의 세계화가 맞물린 현장이었다. ‘돈이 열리는 나무’ 아편팜, ‘백색 골드러시’를 일으킨 주석, ‘근대 산업의 근육’ 고무를 중심으로 페낭의 성쇠과정, 중국과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찬찬히 살폈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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