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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나라’ 사극의 성공적 변주의 한 형태

-휘몰아치는 선 굵은 서사에 압도적 액션까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용의 눈물’ ‘태조왕건’ ‘대조영’은 과거 크게 성공한 사극들이다. 선이 굵은 역사콘텐츠인 이 사극들은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이며 봉건적인 내용과 전개를 포함했다. 작가로 보면, 신봉승, 이환경 부터 장영철까지다.

그 이후 오랜 공백기를 거쳐 ‘정도전’(정현민 작가) ‘징비록’(정형수 작가) 등의 성공작이 나왔다. 이제는 이런 사극들을 방송하기가 쉽지 않다. 시청률 36%를 기록하기도 했던 ‘대조영’이 방송된 지도 12년이나 지났다. 이런 스타일을 지금 비슷하게 방송하면 시청자에게 외면받기 쉽다.

실제 역사에 기반해 만들면서도 역사인식을 지니고 있는 정통사극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야 시청자들에게 통할까? 적어도 이야기를 던지는 방식(표현방식)만은 달라져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완벽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 해답의 하나는 ‘미스터 션샤인’이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아직 방송 초기라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요즘 JTBC에서 방송되는 ‘나의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나라’는 대의명분을 거인들의 족적으로만 풀지 않는다. 이성계와 이방원에게만 ‘나의 나라’가 있는 게 아니다. 백성 저마다 지켜야할 ‘나의 나라’가 있다. 이 드라마는 혼돈의 시대인 여말선초, 나라와 시대를 이끌어간 거인뿐 만이 아닌, 삶의 욕망과 야심으로 가득찬 특정인을 다루고 있다.

그 대표인물이 양세종과 우도환, 김설현이다. 마치 ‘녹두꽃’이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고종 조병갑만 다루는 게 아니라 그 시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백이현(윤시윤)에게 초점을 맞췄듯이. 당시 역사속에 들어간 이들 세명의 삶을 녹여내는 작업을 통해 실제 역사를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상상력까지 발휘하니 중심은 잘 잡고 있는 셈이다.

‘나의 나라’는 양세종, 우도환, 김설현이 뒤집힌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시작했다. 예측을 넘어서는 전개는 압도적 흡인력을 선사하고 있다.

12일 방송된 4회는 새 나라 조선 건국과 함께 펼쳐진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몰입도를 상승시킨 감각적인 연출이 한데 어우려지며 뜨거운 호평을 이끌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성계(김영철 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며 조선 건국의 시작을 알렸다. 서휘(양세종 분), 남선호(우도환 분), 한희재(김설현 분)의 운명은 요동이 아닌 개경에서 다시 얽히기 시작했다. 굵직한 사건들 위로 펼쳐진 세 남녀의 예측 불가능한 운명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서휘와 남선호는 선발대와 척살대로 요동에서 재회했다. 놀랄 틈도 없이 뒤에서 달려드는 황성록(김동원 분)에게서 서휘를 구하려다 칼을 맞은 남선호. 서휘는 쓰러진 남선호를 어떻게든 살리려 박치도(지승현 분)와 문복(인교진 분), 정범(이유준 분)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한편, 남전(안내상 분)은 개국이라는 대의를 위해 선발대는 물론 척살대의 흔적마저 지우려고 했다. 아들인 남선호가 잡혔다면 가장 먼저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서휘는 남전에게 버림받은 남선호를 치료하기 위해 이성계의 회군길인 의주성 약방에 잠입했다. 서휘의 칼을 맞고도 살아난 황성록이 그 뒤를 쫒으며 긴장감을 드리웠다.

의주의 약방에서 남선호는 깨어났다. 선발대를 지우기 위해서 갔다는 남선호의 말에 서휘는 “우린 시켜서 싸운 죄 밖에 없다”며 원망도 비난도 하지 않았다. 휘는 다만 동생 서연(조이현 분)이 무사히 살아있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남선호는 누구든 사실을 알게 되면 다 죽이겠다는 남전의 말 때문에 서연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남전 부자(父子)를 용서할 수 없었던 서휘는 남선호에게 “다시 만나면 내가 너 죽일지도 몰라”라며 분노의 눈물을 삼켰다.

황성록은 끈질기게 서휘와 남선호를 쫓았다. 아버지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던 남선호는 같은 처지인 황성록을 설득해 “낮의 왕이 될 수 없다면 밤에 군림”하기로 했다. 날 선 칼 황성록의 야심을 건드려 자신의 편으로 만든 남선호는 그렇게 힘을 키워갔다.

한편, 이방원(장혁 분), 강씨(박예진 분)와 함께 피신하던 한희재도 매 순간이 위기였다. 산길까지 최영의 무리들이 쫓아왔고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던 것. 하지만 타이밍은 그들의 편이었다. 이성계의 회군은 성공했고, 개경으로 돌아온 한희재는 강씨의 곁이 됐다.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으로 힘을 갖게 됐지만 대신들의 반발은 거셌다. 그때 살아 돌아온 남선호가 편전에 들었다. 그는 척살당한 군졸들이 군탈 후 명과 내통하려던 중죄인들이라며 그 증거를 내밀었다. 덕분에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의 당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고, 남선호는 단번에 그의 신임을 얻었다.

서휘는 복수를 위해 남전을 찾아갔다. 남전을 향해 칼을 뽑아들려던 찰나, 서휘의 눈앞에 그토록 그리워했던 누이 서연이 등장했다. 병이 깨끗하게 나았지만 기억을 잃은 서연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서휘는 그런 누이에게 진실을 알리지 못했고, 남전은 서연을 볼모로 서휘를 제 사람으로 삼았다. 서휘가 남전의 명을 받기 위해 간 곳엔 남선호가 있었다. 남선호는 서휘에게 이방원의 마음을 훔친 뒤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방원을 사로잡아야 하는 서휘와 살아남기 위해 어둠 속에서 군림하려는 남선호.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두 사람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잔인한 현실 앞에 서로를 등져야만 하는 서휘와 남선호의 감정선은 몰입도를 수직상승시켰다. 살아남기 위해 힘을 길러나가는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서사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이들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조선 태동의 중심에 있는 이방원, 이성계, 남전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성계는 자신의 ‘나라’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위화도 회군으로 표출됐다. 이성계의 야심을 꿰뚫어 본 남전은 개국을 밀어붙이며 이성계 옆에 서고자 했다. 그러나 이방원은 그의 속셈을 비웃으며 “새 세상은 너의 것이 아니라, 내 아버님의 것이다. 아버님의 나라 그리고 나의 나라야”라며 그와 대립했다. 여기에 부자(父子)이자 군신관계인 이방원과 이성계의 대립 또한 긴장의 시위를 팽팽히 잡아당기며 시청자들을 숨죽이게 했다.

서휘를 이용해 이방원을 죽이려는 남전의 계획도 시동을 걸었다. 새 세상에서 살아남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격변의 시대를 그린 ‘나의 나라’가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날 시청률은 전국 4.8%, 수도권 5.0%(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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