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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안정적 고수익?…‘탐욕’이 부른 라임의 메자닌 위기
CB는 비우량기업이 발행
경영개선이 ‘고수익’ 전제
제한된 시장 유동성 위험↑
투자금 단기급증 禍 키워

‘안정적 고수익’

금융투자상품 가입 시 만약 이런 설명이나 문구를 접했다면 ‘사기(詐欺)’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위험과 수익이 비례하는 투자의 세계에서 안정적이란 말과 고수익이란 말은 양립할 수 없다. 간혹 일정기간 안정적 고수익이 가능한 때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게임의 횟수가 늘어날 수록 확률은 낮아지므로 지속 가능한 명제는 될 수 없다. 고립계에서 엔트로피(entropy)는 계속 증가하는 것처럼, 투자계에서도 투자자와 투자액이 늘수록 수익률은 낮아진다.

원금보장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국가도 부도가 날 수 있는 세상이다. 국채를 기반으로 한 투자는 손실 확률이 아주 낮을 뿐이지, 이론적으로 ‘100% 원금보장’일 수 없다.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펀드에 내재됐던 위험들을 살펴보자.

▶경영 어려워서 발행하는 CB=메자닌(Mezzanine)은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대표적이다.

왜 CB나 BW를 발행할까? 돈이 없어서다. 차입을 일으킬 담보가 없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신용이 안돼서다. 그렇다고 주식을 발행하자니 너무 위험해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때 발행한다.

발행사 경영이 개선되면 채권으로 원리금 상환을 받을 수 있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자본이득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발행사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채무불이행(default) 가능성과 주가하락 및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다는 단점도 내재돼 있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메자닌 투자설명을 보면 장점만 나열돼 있다.

돈이 없는 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만큼 CB와 BW로 조달한 자금으로 얼마나 경영개선을 이뤄낼 지 분석하는 게 관건이다. 개별 기업의 노력과 함께 경기와 업황도 중요하다.

▶경영개선 안되면 악순환으로=메자닌 증권에는 보통 조기상환 옵션이 붙는다. 만기전에 원리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투자자의 자금사정이 급하지 않는 한 회사 경영이 나아지는데 조기상환을 요구할 이유는 적다. 애초에 재무상황이 어려워 발행하는 만큼 조기상환에 응하기 쉬울 리 없다. 이자율을 높인 사모사채 등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이렇게 되면 발행사의 빚 부담은 더 커진다. 발생사가 상환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투자자는 디폴트 또는 헐값 처분 위험에 처한다.

발행사의 상환능력이 부족한 경우 전환가를 낮춰(refixing) 주식으로 보유할 수도 있다. 상환능력이 미비된 기업의 기업가치가 좋은 평가를 받을 리 없다. 신주발행에 따른 오버행(overhang,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 물량 주식)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연못 속의 고래…원활한 투자회수 어려워=메자닌은 주요 공간이 아니다. 메자닌 증권도 시장의 주류가 아니다. 투자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경영개선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별해야 한다. 메자닌 증권에 투자하는 펀드 등의 기구(viehcle)에 한꺼번에 많은 돈이 몰릴 경우다. 이렇게 되면 양질의 투자처만 선별하기 어렵다.분산투자라 항변할 수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비우량주택저당채권(sub-prime mortgage)도 비슷했다. 동일한 또는 비슷한 위험에 노출된 기초자산에 나눠 놓았다고 전체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분산효과를 높이려면 경기나 업황의 상관관계가 낮은 투자처들로 구성해야 한다. 사모펀드여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국내 메자닌 시장은 시장규모나 거래량이 대규모 자금을 받아낼 만큼 크지 않다. 주식으로 전환되더라도 발행사가 중소형사이고, 차익실현 규모가 전체 유통주식 대비 상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 때, 제 값을 받고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메자닌 투자기구는 규모가 잘 관리되어야 한다.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보다는 일정기간 의무투자기간을 부여하는 폐쇄형이 좀 더 잘 어울린다.

▶탐욕, 폰지게임의 유혹=메자닌의 투자기간은 짧아도 2~3년, 길면 5년 이상 가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된 라임펀드들을 보면 6개월 만기로도 팔렸다. 재간접펀드에 개인투자자금을 모집하는 형태이다 보니 만기를 길게 가져가기 어려웠을 수 있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만기가 짧아야 재설정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만기불일치는 유동성 위험으로 이어진다.

6개월만에 발행사 경영이 크게 개선됐다면 이론적으로 수익분배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렵다. 6개월만에 수익을 내려면 경영개선 여부가 거의 확실해진 곳에 투자해야 한다. 위험이 크지 않은 투자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6개월만에 투자성과를 보여주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돌려막기’다. 새로 모집한 투자자들의 돈을 이전 투자자들에 지급하는 방법이다. 폰지 게임(Ponzi game)으로, 현행법상 불법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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