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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침이 고통스러울 정도…폐암만큼 무서운 COPD
환자 300만명 예상, 실제 진단율은 2.8%…40대 이후 흡연자, 기침·가래 계속된다면 의심을

#. 직장인 서모(55)씨는 몇 달 전부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기침과 가래 때문에 고생한다. 기침이 나면 몇 분 간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심하다. 특히 이런 증상은 요즘 같은 환절기에 더 심해진다. 서씨는 처음에는 환절기 큰 일교차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점 그 빈도와 증세가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이 의심되니 우선 담배부터 끊으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사망원인 4위…진단율은 2.8% 그쳐=매년 10월 둘째 주 수요일(10월 9일)은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의 심각성과 예방법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폐의 날’이다. COPD는 국내 사망원인 7위로 교통사고(10위)보다 높은 위험한 질환이다. 더구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및 고령화로 인해 환자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COPD는 현재 주요 사망원인 4위 질환이며 2030년경에는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COPD에 대한 진단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1만여명이었던 반면 COPD 진료 환자는 19만여명에 그쳤다. 현재 국내 COPD환자가 약 300만 명으로 예상되지만 진단율은 2.8%에 그친다. 학계에서는 국내 40세 이상 중 약 14%가 COPD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리없는 살인자’…서서히 진행되지만 급성 악화되면 사망률 높아=COPD는 돌이킬 수 없이 기도가 좁아지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이다. 담배연기, 유독물질, 공해 등의 흡입으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기도가 좁아져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만성적인 기침, 가래가 동반된다. 특히 증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COPD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급작스럽게 악화되면 사망률이 높은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김이형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급작스럽게 호흡 곤란이 오면서 기침 및 가래가 증가하고 기존 사용하는 약에 반응이 없는 경우 급성 악화를 의심해야 한다”며 “COPD가 급성 악화해 입원하면 3.3년 뒤 50%가 사망하고, 7.7년 뒤에는 75%가 사망할 정도로 위중하다”고 말했다.

급성 악화 원인으로는 환절기 호흡기 감염부터 황사, 미세먼지 등의 공기 오염물질, 폐렴 등 폐 질환, 부정맥 등 심장질환 합병증까지 다양하다.

▶천식과 혼동 쉬워…40대 이후 흡연자라면 COPD 가능성 높아=COPD는 천식과 혼동하기 쉽다. 두 질환 모두 만성기침 및 가래, 호흡곤란, 천명(쌕쌕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질환은 발생 연령이나 원인 등이 다르다.

김 교수는 “COPD와 천식은 호흡곤란, 천명, 기도폐쇄 등 증상은 유사하지만 발병 시기부터 원인, 임상경과, 합병증, 치사율, 치료법까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COPD는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담배를 많이 피운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서서히 진행되면서 폐 기능이 점차 나빠진다. 증상은 야간 혹은 이른 아침에 기침이 심하고 호흡곤란, 천명, 기도폐쇄가 일어난다.

이와 달리 천식은 대개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비흡연자나 일부 흡연자에게 나타난다. 보통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알레르기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천식은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인 반면 COPD는 기관지와 폐 자체 손상에 의해 회복될 수 없는 기도 폐색으로 폐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질환”이라며 “COPD는 이른 아침에 심하게 기침을 하고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반면 천식은 주로 밤에 또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에 노출됐을 때 증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천식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지만 COPD는 중년기에 들어 서서히 시작되며 대부분 오랫동안 흡연한 사람들에게 잘 발생한다”고 말했다. 치료적인 측면에서 보면 COPD에는 기관지 확장제가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반면 천식의 경우는 흡입형 스테로이드가 가장 중요한 치료제다.

COPD에 걸리면 폐암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COPD의 주 원인이 되는 담배와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에 속한다. 대부분의 COPD 환자들은 상당량의 흡연력 및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된 상태인 경우가 많아 폐암의 확률도 높을 수 밖에 없다.

최 교수는 “COPD 환자는 폐 기능 저하가 반드시 동반되기 때문에 COPD가 없는 환자군에 비해 같은 병이라도 수술 및 항암요법에서 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폐암 자체로 인한 사망률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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