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KEB하나은행은 향후 PB(프라이빗뱅커)와 고객 간 대면상담을 통한 투자성향 분석에 더해 본점 차원에서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추가하기로 했다. 고객 자산이 고위험상품에 쏠리는 걸 막기 위해 예금자산 대비 고위험 투자상품의 투자한도도 설정한다.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걸 계기로 기존 성과 중심으로 짜여진 제도를 고객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지성규 〈사진〉 하나은행장은 1일 “DLF 손실로 인해 손님들께 고통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 행장은 “(금감원의) 분쟁조정절차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도 했다.

하나은행 본점에 ‘손님 투자 분석센터’를 신설한다. PB 단계에서 고객의 투자성향을 판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점이 이를 승인하는 과정을 추가해 객관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초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성향을 가진 고객이라도 예금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 투자한도를 설정한다. 이 은행 측은 “투자성향 분석 결과 위험등급이 나오더라도 손님의 예금자산 대비 고위험 투자 상품의 투자한도를 일정비율로 설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투자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B의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고객 관리 비중을 늘린다.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고객수익률을 포함한 고객관리 비중을 2배 이상 상향조정한다. PB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기업금융과 투자금융(IB)에서도 전문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전문교육을 확대실시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보면 은행 본점은 판매직원들에게 DLF의 손실가능성·금리변동성 등 상품의위험성 관련 중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지 않았고, 직원들도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 확률 0%’라는 마케팅 자료를 자체 점검없이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하나은행은 이와 함께 ‘포트폴리오 조기진단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고객 성향과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관찰해 리스크를 최소화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투자상품 스마트 창구 적용 등 시스템화를 통해 상품 가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걸 목표로 한다. 녹취·해피콜 요건을 확대하고 상품(선정)위원회 운영도 개선한다.

금감원은 상품(선정)위원회 운영과 관련, 문제가 된 우리·하나은행에서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건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일부 위원들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임의기재하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위원을 상품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한 뒤 찬성의견을 받은 것으로 검사결과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선정위원회 위원장의 직급이 굉장히 낮게 설정돼 있었다”며 “위원회 자체도 내부통제를 할 만큼, 목소리를 낼 만큼 운영이 되질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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