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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DLF 중간조사④]초고위험 상품도 1분 통화로 OK…은행 ‘고객 팩트’ 조작 요지경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지난 4월, A은행 직원은 직장인 A씨에게 “안전하고 좋은 상품이 나왔으니 빨리 가입해야 한다”며 DLF를 권유했다. 통화시간은 불과 1분이었다. A씨는 덜컥 DLF에 가입했다. 이전부터 “높은 이자는 필요없으니 적금이나 정기예금을 추천해달라”는 당부를 했기에 은행 직원 말을 믿었다. A씨는 이 직원에게 자신의 비밀번호도 알려주고 대신 업무를 처리하게 했다. 가입 절차가 끝난 뒤 직원은 A씨의 직장을 찾아 5분만에 거래신청서를 작성했다. 투자정보확인서엔 A씨의 투자성향이 ‘공격투자형’으로 적혔다. 위험등급 1등급인 DLF에 A씨가 가입할 수 있게 이 직원이 임의로 쓴 것이다. A씨는 이 때문에 60.1%의 손실을 떠 안았다.

금융감독원이 1일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중간 검사결과’엔 고객은 안중에 없고 수익 올리기에 열중해 ‘팩트’까지 조작한 은행 행태의 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피해자들이 신청한 분쟁조정의 주요 사례를 금감원이 추린 것이다. 9월 11일 현재 148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개인의 비중이 92.6%(137명)다.

분쟁조정에 기대를 걸기로 한 피해자 중엔 60대가 35%(48명)으로 가장 많았고, 70~80대도 9.5%(13명)에 달했다.

또 다른 피해자 B(75세)씨의 사례는 은행의 사실 관계 조작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B씨는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넣어두려고 했다. 그러나 은행 직원은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고 DLF를 권유했다. 직원은 한 발 더 나아가 B씨에 대한 투자자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가 DLF 등을 3년간 거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체크했다. 아울러 ‘부적합(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투자 상품 선택확인서’까지 B씨가 작성토록 했다.

이후 B씨는 은행의 확인 전화를 받고 “상품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은행 측은 상품내용이나 투자 위험을 다시 설명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원금의 13%를 까먹었다.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라는 걸 강조하며 상품을 판 사례도 있었다. 올 3월 은행 직원은 C씨의 적금 만기가 도래하자, 1장짜리 내부 직원용 마케팅 자료에 “과거 10년간의 백테스트 결과 원금 손실 확률 0%였다”고 써 있는 걸 강조하며 DLF를 권유했다. 손실배수가 커 원금을 다 날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다.

C씨는 직원 말을 믿고 만기가 된 적금 1건과 아직 만기가 되지 않은 적금 11건을 중도해지해 DLF에 가입했다. C씨는 월 10만원 씩 넣는 적립식 펀드 외엔 투자 경험이 없었고 평소 PB(프라이빗뱅커)의 자산관리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C씨는 이렇게 모은 적금의 80%를 잃었다.

금감원은 향후 분쟁조정 처리와 관련,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배상비율을 결정할 것”이라며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된 개별 건의 배상기준을 기초로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합의 권고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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