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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실한 국토부 공시가격 논란]“공시가격 현실화” 한마디도 없는…깜깜이 보고서
국토부 홈피 ‘연차보고서’ 문제점 투성이
시세반영률·현실화 과정 개선점 적시안해
올 이의제기 10만여건…1만2703건 수용
공동주택이 4만4992건…작년의 18.7배
부실하게 작성…국감에서 논란 불보듯

국토교통부가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정작 산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가격 산정이 ‘깜깜이’로 진행된 데 이어 보고서마저 부실하게 작성된 것에 대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자체 홈페이지에 ‘2019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에 관한 연차보고서’(이하 연차보고서)를 공개했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는 해마다 공시가격의 주요사항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시가격 의견제출·이의신청 10만 건 넘는데, 산정과정 설명은 없어= 총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연차보고서에는 ▷부동산 시장 동향 ▷공시제도의 개요와 변화 과정 ▷토지 및 주택의 공시가격 산정 과정과 결과가 세세히 담겨 있다. 예산이 얼마 들었는지, 몇명의 인원이 투입됐는지, 공시가격은 지역별로 얼마로 매겨졌으며 얼마나 올랐는지, 이의제기를 한 사람은 몇명이며 얼마나 받아들여졌는지 등 공시가격 산정의 전 과정과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문제는 정작 올해 공시가격 산정에서 가장 핵심이 됐던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관행혁신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받아 올해부터 공시가격 현실화를 시작했다. 제멋대로 공시가격을 책정해온 관행을 깨고 투명하게 제도를 운영하자는 취지였다.

현실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다수의 오류가 발견되는가 하면, 산정 과정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라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감사원 감사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집주인들이 부동산 공시가격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제출한 건은 지난해 2.5배인 10만596건이나 된다. 이 가운데 정부가 잘못됐다고 인정해 받아들인 건수만 1만2703건이다. 작년의 2.6배다.

특히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에 대해 의견제출 및 이의신청한 건은 4만4992건으로 지난해(2407건) 보다 18.7배나 늘었다. 서울과 경기도가 전체의 96%를 차지한다. 이 중 의견이 반영된 건수는 6321건으로 작년의 12배다.

정부가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현실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집주인들 상당수는 부당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해 적극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현실화 작업을 실시했다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조차 보고서에 적시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가 진행됐는지, 현실화 결과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은 얼마가 됐는지, 현실화 과정에서 어떠한 논란과 미흡한 점이 있었으며 어떠한 방향에서 개선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연차보고서는 “공시지가 제도는 도입 시부터 시세보다 낮게 출발했으며 조세저항에 따른 지자체의 공시지가 현실화 기피현상 등으로 적정화가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공시지가 적정화를 통해 투기억제 등 정책추진과 조세부과의 형평성 및 적정성을 제고하고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자화자찬했다.

▶제도 투명성 위해 현실화율 공개해야= 정부는 향후 공시가격 제도 발전방향으로 “과세를 하는데 불평등을 야기시키거나 신뢰성이 훼손될 우려가 없도록 지역별?가격수준별 균형성을 높이는 등 적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예년에 제출해왔던 보고서의 문구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은 것에 불과해, 정부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토부가 조세형평이랑 과세정의를 실현하겠다며 현실화율을 높였음에도 연차보고서에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이라며 “깜깜이 공시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실화율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는데 국토부의 반대로 통과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연차보고서에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한 과정 등에 대한 세부내역이 다 공개돼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어서 신뢰도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며 “애초부터 공시가격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년 해오던 양식 그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공시가격 산정 기초 자료 및 현실화에 대한 로드맵 등은 모두 공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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