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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판결로 들여다본 한국사회 정의의 현주소
판결과 정의 김영란 지음 창비

우리 사회 오랜 관행을 바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잘 알려진 김영란 전 대법관이 판사들의 판결을 정의의 잣대로 다시 돌아본 ‘판결과 정의’를 펴냈다.

전작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가 대법관으로 재임 중 참여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돌아봤다면, 이번 책은 퇴임 후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취소 소송 ‘가습기살균제 사건’ ‘강원랜드 사건’ ‘삼성엑스파일 사건’ 등이 그 대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돼온 사안들로, 가부장제, 자유방임주의, 과거사 청산, 정치의 사법화란 인식의 틀과 변화하는 통념 속에서 법적 판단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돌아본 것이다.

저자는 판결이 고정적이 아니며, 법적 판단도 사회의 변화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가령, 최근 자주 쓰이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표현이 판결에 처음 등장한 ‘성희롱 교수의 해임결정취소 소송’건의 경우, 위계에 의한 성차별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된다.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은데, 저자는 강원랜드 사건과 KIKO 사건을 돌아보면서 갑의 지위와 자유방임주의가 결합했을 때의 힘과 이 힘의 논리를 긍정한 대법원 판결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는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다. 저자는 과거사 청산문제에 사법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피면서 각각의 한계와 잘못된 판결 논리가 더 큰 상처를 가져왔음을 지적한다.

특히 정치적 판결의 대표 사례로 ‘삼성엑스파일 사건’과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을 제시, 정치적 쟁점이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되지 않고 사법적 판단을 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최근 경향과 함께 판사의 균형적 감각의 필요성을 짚어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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