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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위협하는 신기술 도입, 반발 줄이려면
산업혁명 경계 기술-노동 힘겨루기
노동 대체땐 적대감 ‘저항의 역사’
‘블루칼라’ 박탈감이 포퓰리즘으로
자동화 이익 배분 확산땐 반발 줄어
기술이 혜택 늘리는 게 장기적 방향
단기적 불안 관리 ‘완충장치’가 관건
테크놀로지의 덫, 칼 베네딕트 프레이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퓨리서치센터가 2017년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85퍼센트가 로봇의 부상을 제한하는 정책에 찬성했다. 기계·로봇이 중심이 된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도 카카오택시 반발처럼 일자리를 놓고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이는 영국의 산업혁명 초기 격렬하게 저항한 러다이트 운동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4차산업혁명 혹은 ‘탈산업화’로 불리는 격변의 시기, 누군가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할 해법은 없는 걸까. 옥스퍼드 마틴 스쿨에서 기술 및 고용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칼 베네딕트 프레이는 인류 문명의 전환기 속에서 그 교훈을 찾아낸다.

저자는 산업화 이전과 산업혁명, 20세기 테크놀로지 혁명과 인공지능 시대까지 각 경계면에서 새로운 기술과 노동이 어떻게 힘겨루기를 하며 영토를 확장해 나갔는지 보여준다.

그 양상은 역사적 시기와 나라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저항과 수용의 측면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고 저자는 본다. 즉 “기술이 발전해 노동을 대체할 때 역사는 적대감과 사회적 격변이 따라올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발전이 활성화 유형일 때, 그리고 성장 이익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배분될 때는 신기술의 수용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기술의 등장은 산업혁명 이전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데는 기계에 대한 반발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당시 정치권력을 쥔 지주계급은 대체기술에서 얻을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반발 살 일을 굳이 만들지 않았다.

기술이 전면적으로 노동을 대체하게 된 산업혁명은 달랐다. 영국은 기술도입 초기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밀고 나갔다. 군대를 동원에 시위 진압에 나섰다. 저자는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먼저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기술변동에 맞선 저항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가 혁신을 위해 계속 적극적으로 혁신 ‘관계자’의 편을 들어준 데 있다”고 평가한다.

“수천 년간 경제 성장이 정체했던 한 가지 이유는 세계가 테크놀로지의 덫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즉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노동 대체 기술의 힘이 두려워 그걸 지속적으로 격렬하게 거부한 것이다. 서구 산업 국가들은 21세기에 테크놀로지의 덫을 다시 겪을 것인가?”(‘테크놀로지의 덫’에서)

이는 정치권력의 변동과도 관련이 있다. 부유한 지주세력이 ‘굴뚝 귀족’으로부터 새로운 계급적 도전을 받은 것이다. 정치적 교체라는 변수와 위협이 노동자 반란이라는 위협보다 컸다는 얘기다. 더욱이 지배계급이 기계화를 통해 얻는 이익이 컸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자의 저항은 산업혁명 말기 임금이 인상되면서 끝이 난다.

이런 기계에 대한 저항은 20세기 테크놀로지를 주도한 미국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폭력적인 저항이 없지 않았지만 폭력이 기계를 겨냥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미국의 노동자들은 왜 기계화에는 격렬하게 반발하지 않은 걸까? 저자는 노동 계급이 꾸준한 신기술의 유입으로 혜택을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공장의 기계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더 많은 돈을 벌게끔 해준 것이다.

노동자와 노조는 기계에 대한 반발 대신 발전으로 생긴 이익을 최대화하는 쪽에 힘을 쏟았고 충분한 혜택을 누렸다. 심지어 노조는 기계화 도입에 앞장서기도 했다. 기술적 변동으로 일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임금은 더 많아진 것이다. 또한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갈 기회도 제공했다. 사무실과 공장의 풍부한 반숙련 일자리는 실업이 두려운 이들에게 최상의 안도감을 선사했으며, 이들은 이 사다리를 통해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저자는 미국의 20세기 2차산업혁명의 특징으로 공평한 이득을 꼽는다. 더 부유해질수록 더 평등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1900~1970년은 ‘역사상 최대의 평준화’로 기록된다. 모든 사람의 소득이 상승하고 하위 계층일수록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이런 풍요의 시대가 지나고 제3차산업혁명인 컴퓨터 시대에 중산층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저자는 19세기 초, 기계화한 공장이 노동시장을 공동화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내린 상황과 유사하다고 본다.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이는 기존의 노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블루칼라 가정의 박탈감은 커졌고, 포퓰리즘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힘을 얻었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괜찮은 보수의 고용기회가 풍부하다면 포퓰리즘이 득세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까. 낙관적이진 않다. 앞으로 신산업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차세대 자동화물결은 컴퓨터 혁명 때와 비슷하되,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공산이 클 것으로 본다.

새로운 신기술은 인류에게 중장기적으로 많은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당대에는 피해를 보는 이들이 많게 마련이다. 저자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소득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동력직기가 수직기 직공들을 대체하면서 소득이 위협을 받자 직공들이 반발한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 자본의 형태를 취할 때 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누가 이 기술로 이득을 보는지와 권력의 향배도 영향을 미친다. 러다이트들이 실패한 건 정치적 영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지금은 대중이 권력을 갖고 있다.

저자는 장기적으로는 기술이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테크놀로지의 도입을 늦춘다든지 자동화를 제한하자는 쪽보다 단기적으로 불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일자리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관리의 지침이 될 만한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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