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분양가가 집값 끌어올린다?...무색해지는 분양가상한제 근거
분양가 20.23% 폭등, 기존 시세는 1.13% 하락
9.13대책 이후 매매 침체, 분양시장은 나홀로 활기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과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제각각 움직이고 있다. 보통 분양가격이 뛰면 인근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을 자극해 전체체적으로 집값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9·13 부동산대책으로 기존 매매시장은 침체를 보이지만, 새 아파트 분양 시장만 나홀로 호황이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9·13대책 이후인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서울 민간 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값은 20.23%나 뛰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1.13% 하락했다. 수도권 다른 지역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경기도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17.89% 오를 때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은 1.39% 떨어졌다.

수도권을 제외한 5대 광역시와 세종시, 강원, 제주 등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광역시 중 최근 1년 간 분양가가 가장 많이 오른 광주시는 분양가가 26.79%나 폭등했지만, 기존 아파트 매매가는 1%도 오르지 못했다. 지방 중 두 번째로 분양가 상승폭이 큰 제주시는 분양가가 16.06%나 뛰었으나, 기존 아파트 매매가는 2.54% 떨어졌다. 세종시의 경우 분양가는 10% 가까이(9.88%) 오르는 사이, 매매가는 3.01% 하락했다. 강원도는 분양가는 7.2% 상승했으나, 매매가는 6.74% 하락했다.

이처럼 따로 노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격과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부가 10월 이후 시행하려고 하는 분양가상한제 근거를 무색하게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계획을 밝히면서 “분양가 상승이 인근 기준 주택 가격을 올려 집값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분양가 상승이 기존 주택으로 수요를 이동시키고, 기존 주택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분양가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작년 역대급으로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라고 평가받은 9·13 대책 이후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량이 반토막이 나고, 침체를 보이지만 분양시장은 ‘과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뜨겁다.

눈길을 끄는 건 분양가가 크게 올랐다고 하지만 대부분 기존 매매시장 보다 별로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여전히 HUG가 분양가 심사를 하고 있어 기존 매매시장 보다 10% 이상 비싸게 받기 어렵다. 서울 강남권 인기 아파트는 분양가 규제로 오히려 기존 매매시장보다 더 싸게 분양해 ‘로또분양’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요즘 새 아파트 분양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나는 건 비교 대상이 기존 분양 단지이기 때문”이라며 “기존 매매시장에서 시세가 꾸준히 오르는 사이 해당 지역에선 분양이 거의 없다가 최근 새 아파트가 분양하면 과거 분양단지에 비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파가 대거 몰린 대전 지역 새 아파트 분양 현장.

정부는 16일 9.13대책 이후 시장 상황에 대한 설명 자료를 통해 “주택시장이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등 상승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도 대책 이전보다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분양가상한제 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파트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집값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과 달라진 분위기다.

정부는 “상승 전환한 7월 첫째 주 이후에도주택 가격 변동률은 0.035 이내로 안정적”이라며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돼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도 대폭 확대됐고, 보증금을 승계해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비중도 감소해 투기 수요 주택시장 유입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이런 진단은 결과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권 부동산PB 업무 관계자는 “집값이 안정되고, 투기수요도 차단됐으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이라면, 굳이 시장에서 극단적이라고 평가받는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