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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F 명과 암③] “시장 70%는 연금·산은 영향권”…PEF도 정부가 쥐락펴락?
지난해 말 PEF 시장 규모 55.7兆
국민연금 출자비중 14% 달해
소수 출자자 중심으로 시장 움직여
“해외 자금조달 확대해 자생력 갖춰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시장이 올 상반기 기준 80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가 국민연금 등 소수 출자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국내 PEF들이 해외 투자자로부터의 자금조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운용사는 물론 다른 민간 출자기관까지 대규모 ‘앵커 투자자’의 눈치 보기로 위축돼 있다는 설명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과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금융 기관의 PEF 출자 규모는 시장 전체의 30%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PEF에 대해 출자된 자금 규모(이행액)는 약 55조7000억원. 국민연금이 국내 사모투자에 투자한 금액은 약 7조7843억원으로, 시장의 14%가량을 차지한다. 산업은행이 ‘펀드를 통한 기업 간접투자’ 및 ‘PEF 운용’을 목적으로 사모투자기구에 출자한 자금 4조8014억원에 달하고, 한국성장금융이 운용 중인 모펀드에서 사모투자기구로 출자된 자금 1조3450억원에 이른다. 출자기관 세 곳이 PEF 시장의 25%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펀드의 경우 이들 대형 출자자를 앵커 투자자로 맞은 뒤 추가로 민간 자금 매칭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적 연기금 및 정책금융기관의 체감 영향력은 더 크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산은, 성장금융 세 곳이 주도해 결성된 펀드 규모만 따져봐도 시장 전체의 70~8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 연기금의 출자금이 시장 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이지만, 문제는 소수 출자자가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대다수 국내 PEF가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받았는지 여부’가 회사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받지 못할 경우, 일부 대형 펀드는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를 맞닥뜨리게 된다.

또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PEF 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지위는 절대 갑(甲)이라고 보면 된다”며 “운용사를 통한 간접 대체투자이기 때문에 연금사회주의 이슈는 없지만, 관리·성과보수 후려치기 등 불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출자금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EF 업계의 시간표 자체가 국민연금을 위주로 돌아가는 것 역시 효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자자로서는 자금을 받아간 운용사가 최대한 이른 시간 내 펀드 결성을 마무리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이득이다. 국민연금 외 출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한 뒤 출자를 검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출자 스케줄이 매년 같지 않다보니, 출자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결국 해법으로는 국내 PEF들의 자생력 강화가 꼽힌다. 출자 규모가 적고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해외 출자자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야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PEF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세계 3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에 의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현재처럼 연금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클 수 없는 구조는 점차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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