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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 투자형’ 증권사 시대, 대형사-중소형사 격차 커진다?
증권업계 평균 ROE, 2012년 2.5%→2019 상반기 9.8%
주식거래 위탁 중심→자본투자형 중심…수익성 개선
대형사-중소형사 수익성 양극화 “이제부터 시작?”
네트워크 우위 · 이자손익 양극화 · 제도적 이점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증권사들의 수익모델이 주식거래 위탁에서 자본 투자형으로 바뀌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가운데, 향후 대형-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중소형사들이 대형사의 빈자리를 노리며 오히려 더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시켰지만, 결국 자본 투자형 사업모델은 자본 및 자산 규모에 비례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산을 활용한 이자수익과 규모의 경제 덕을 볼 판관비 측면에서 수익성 차별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13일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증권업계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약 9.8%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ROE 2.5%)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지난해 말 기준 ROE 7.2%보다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주식거래 위탁 중심의 사업모델이 자본 투자형으로 변화한 것이 수익성 개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우선 수수료 수입에서 위탁수수료 대신 IB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크게 상승했다. 지난 2012년 약 1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업계 IB 관련 수수료는 지난해 3조8000억원으로 약 183% 증가했다. IB 수수료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IB 비중은 2012년 20%에서 현재 53%까지 확대된 반면 브로커리지 수수료 비중은 65%에서 35%로 축소됐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IB는 전통적인 기업금융 중개에 치우친 측면이 컸지만, 최근에는 자기자본 투자를 활용해 고객사에게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투자 자산의 셀다운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이뤄내고 있다”며 “IB수수료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전체 증권사 수익성 개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손익 등 자산을 활용한 수익 규모도 확대됐다. 자본 레버리지를 통해 증가한 자산을 대출과 지분 투자로 활용하게 되면 안정적인 이자와 배당금을 수취할 수 있는 것을 물론, 자산의 평가·처분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자손익의 경우, 특정 딜에 기반한 IB 수수료 수익보다는 더 지속·안정성이 높다. NH투자증권은 증권업계의 이자손익이 매년 8~10% 수준의 일정한 ROE 기여도를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평가·처분 이익의 경우 아직 안정적인 이익원으로는 자리잡지 못했다. 그러나 대형사가 주로 투자하는 펀드, 국내외 스타트업 지분, 대체투자 자산 등은 보통 투자부터 이익 시현까지 짧게는 1~2년, 길게는 8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증권업계가 초대형IB 중심으로 개편된 시점이 2015~2017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사업 모델이 자본 투자형으로 변화하면서 대형사와 중소형 간 수익성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까지는 오히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수익성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2012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ROE는 각각 3.43%, 0.93%였는데, 지난해의 경우 7.4%, 7.2%로 격차가 0.2%포인트 수준까지 줄었다. 자기자본 대비 IB수수료 비중을 보면, 대형사가 2012년 2.8%에서 지난해 6.1%로 상승하는 동안 중소형사는 4.7%에서 10.1%로 상승했다.

중소형사가 수익성을 가파르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핵심은 IB수수료였다. 주식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갈수록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IB 딜 발굴에 나섰고, 특히 2014년 이후로는 전국적으로 나타난 부동산 경기 활황이 중소형사 IB 먹거리 증가에 일조했다.

하지만 대형사-중소형사 간 수익성 양극화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당장 수익성은 자체는 비슷하지만, 그 질적 측면을 따져보면 대형사의 이익이 우량하다는 설명이다. 우선 자본 투자형 사업모델의 핵심 이익은 자본을 활용한 IB 수익으로, 이와 관련한 체력은 증권사의 자본 및 자산 규모에 비례한다. 딜 소싱 능력 또한 증권사의 네트워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이 역시 대형사에 유리하다. 판관비 또한 자산 규모에 다라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대형사의 부담이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섭 연구원은 “지금까지 중소형사 IB수수료 수익이 높았던 것은, 대형사가 가지지 못한 어떤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대형사가 접근하지 않는 고수익·고위험 딜 위주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라며 “자본 규모의 한계로 딜 접근성에 제약이 발생하다 보니 수수료 수익의 변동성이 높고, 자산 건전성도 대형사보다 낮아 이익 성장의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도적 이점도 대형사-중소형사 수익성 양극화를 예상케 한다. 현행법은 자기자본의 2배까지 기업 신용공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특히 초대형IB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전제로 발행어음 사업도 가능하다. NH투자증권은 대형사-중소형사 ROE 격차가 오는 2021년 약 1.6%포인트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준섭 연구원은 “주요 금융업종 중에서 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고, 유일하게 금리 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데다 예상 시가배당률도 양호해 증권업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수익성 격차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대형사 위주의 투자를 권고한다”고 전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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