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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공매도

박도규 SC제일은행 전 부행장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내다 판다는 뜻이다. 공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 보유자들은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공매도를 없애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2008~2009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킨 적이 있었지만, 공매도는 여전히 부활하여 시장의 주요한 투자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매도가 시장에서 유지되는 이유는 그 나름대로의 시장에 미치는 순기능이 있고, 공매도를 폐지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도 공매도 폐지의 단점이 이익을 넘어선다는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 정보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정보가 얼마나 주가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는냐가 효율적 시장을 가늠하는 주요한 판단기준이 된다는 관점이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와 관련된 청와대 청원운동까지 등장하는 등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근거는 무엇일까? 먼저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이 주된 이유이다. 공매도로 인해 매도가 매수보다 많아 주가는 하락하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손해가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공매도를 주도하는 외국인, 기관들이 매도 물량을 시장에 내놓아 주가 하락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공매도 투자세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2016년 한미약품이 해외업체와 대규모 계약해지를 발표하기 전 대량의 공매도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내부자 간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반복되면서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가들의 불신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공매도는 당장이라도 없어져야 할 투자방법으로 보이게 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공매도가 지니는 다양한 순기능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매도와 관련한 정책적 대안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이제는 공매도 관련 정책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공매도와 관련된 논의의 출발점을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불신하는 첫 번째 이유가 공매도라면 공매도의 전면적 또는 한시적 금지를 통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똑같은 출발선상에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다만 공매도의 전면적 또는 한시적 금지로 인해 외국인 자본 이탈 등이 우려된다면 공매도의 순기능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순차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허용 범위를 코스피 대형 기업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매도 허용 기준 설정을 위한 세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 등 기관 연기금의 주식대여 재개여부는 보다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국민에게 거두어 들인 자금으로 보유한 주식을 외국인에게 대여해 주식 가치를 훼손하는 역설적인 상황은 반드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공매도 문제의 본질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제도를 악용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거래이다. 규정 위반 또는 허위보고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영업정지 등 보다 강력한 제제를 가하는 법적근거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자본시장의 안정성의 훼손을 막고, 자본시장이 가계의 중요한 소득 기반일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적극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한 시점임에는 틀림이 없다. 공매도가 가진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토론은 어쩌면 이제 무의미 할 수 있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금융개혁과 혁신을 위한 정부와 정책당국의 의지가 금융소비자 더 나아가 국민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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