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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장 안에서만 일회용품 안쓰면 뭐해” 거리엔 여전히 플라스틱 컵 넘친다
일회용컵 규제 1년…
일회용컵 규제 1년…

“이제는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 달라고 하는 사람 거의 없어요”

지난 29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안. 1층과 2층을 합해 모두 30개가 넘는 테이블이 있는 대형 카페였지만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람들 대부분이 유리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었고 소수지만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들도 보였다. 카페 직원은 “작년 여름에는 불편해 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이해하고 알아서 협조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제도는 비교적 잘 정착된 모양새였다. 정부는 지난해 8월1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시행해 커피전문점의 플라스틱컵 사용을 규제했다. 현장은 확실히 달라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컵 수거량이 72% 감소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규제를 피해 플라스틱컵 대신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곳이 오히려 늘어났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시켰더니 종이컵을 두개 겹쳐 음료가 나왔다. 같은 일회용품이지만 현행법상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된 매장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면 최대 2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종이컵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 종이컵은 플라스틱컵에 비해 환경 친화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환경시민단체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한해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은 230억 개인데 이중 재활용되는 것은 1.5%에 불과하다. 일회용 종이컵은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을 코팅 처리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전체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매장 밖에선 플라스틱 컵 이용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커피 매장이 많은 신촌·이대 골목을 걷다 보니 휴지통에는 먹다 남은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컵이 넘쳐나고 있었다. 신촌역 인근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던 환경미화원은 “매장 안에서만 일회용품 안쓰면 무슨 소용이겠느냐”며 “플라스틱컵 규제로 사용량이 줄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회용품 규제 이후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매장당 일회용 컵 사용량은 1년 전보다 14.4% 감소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재도입하고 일회용품을 생산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궁극적으로는 매장 밖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일회용품 보증급제가 부활돼야 한다”며 “보증금이기 떄문에 다시 돌려받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 부담도 적고 매장에서 일회용품을 일괄수거하기 때문에 재활용하기에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지만 사실 일회용 컵을 생산하는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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