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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년들이 왜 촛불을 드는지 정치권은 알기는 하는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의혹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가 거세게 분출되고 있다. 지난 주말을 앞둔 23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와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 1000여명의 학생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번 주에는 조 후보자의 딸이 재학하고 있는 부산대에서도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고려대와 서울대 학생들도 학교측 진상조사 상황을 지켜보며 집회 재개최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들불처럼 번지는 젊은이들의 분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든 이유는 간결하고 분명하다. 한마디로 기회의 평등을 부정당한 데 대한 충격과 배신감이다. 현 정부가 내세운 최우선 기치는 ‘공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말은 이들에게는 복음처럼 들렸을 것이다. ‘헬 조선’을 토로하던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발전하게 된 데 대한 희망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더 이상 특권과 반칙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환호했다. 하지 달라진 것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더 뿔이나는 것은 어줍잖은 정치권의 해명이다. 고교생이 인턴 2주만에 의학논문 제1 저자가된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한데 여당 일각에서는 누구나 노력하면 가능한 ‘보편적 기회’라며 조 후보자를 엄호했다. 이런 강변을 접하는 청년들의 심경은 어떠했까. 정치권은 학생들의 집회에 정치세력이 참여하거나 개입하지 못하도록 선을 그은 까닭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사안의 본질에는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소모적 정쟁에 연연하는 정치권이 답답하고 한심하다.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부터 해소하라”는 공세는 뜬금없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조 후보자에 대한 여러 의혹이다. 야당 지도부에도 문제가 있다면 그건 별개 사안이다. 이렇게 본질을 호도하니 청년들이 정치세력을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한국당도 다를 게 없다. 조 후보자 퇴진을 요구하는 장외집회는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리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진보와 보수, 여야가 아닌 상식의 문제다.청년들이 왜 분노하고 촛불을 드는지에 잘 헤아려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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