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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량’ 이은 ‘난중일기’, 한일 격랑 속 이순신 리더십
기자출신 조진태씨 종군기자 시선 저작, 관심
파파리더십, 승전 전략 외에 생활경제도 건사
전시에도 경제, 과학, 기술 전방위 대비 일깨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2014년 등장한 영화 ‘명량’의 역대 최다 관객수(1761만여명) 신기록에 어느 영화도 범접 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16세기말 벌어진 한국-일본 전쟁 ‘임진왜란’ 때 보여준 성웅 이순신의 리더십이 우리 국민 가슴 가슴에 빛나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파파 리더십’과 솔선수범, 정신력에 기반한 기적의 승리방정식, 과학기술의 중요성 등을 보여준다.

왜군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청년이 대장선에 태워달라고 하자 흔쾌히 받아들이고 따뜻한 눈빛으로 대한다. 전투가 끝나고 청년이 토란을 건네자 “이렇게 먹을 수 있으니 좋구나”라며 진짜 아버지 같은 미소를 띄운다.

이순신장군은 밥상머리에서 아들 이회가 퇴군을 조심스럽게 제안하자 “만일 (병사들의)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득한다.

“똑똑히 보아라. 나는 바다에서 죽고자 이곳을 불태운다.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며 병사들의 결기를 이끌어낸 뒤, 몸소 대장선을 끌고가 전쟁의 선봉에 섰던 충무공은 “충(忠)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침략, 2019년 ‘기해왜란’엔 종군기자의 시선으로 이순신의 행적을 쫓고 방대한 사료를 기반으로 그의 리더십을 재조명한 ‘난중일기’(주류성출판사)가 등장했다. 부제는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전쟁’이다.

이 책은 임진년(1592년) 정월부터 시작해 월 단위로 7년의 주요 사건을 77회에 걸쳐 묶은 뒤,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무술년(1598년) 11월에 매듭짓는다. 사료에 기초한 사실을 토대로 저자의 직관과 상상이 가미된 해석학적 재구성을 통해 편년체 형식으로 전개된다.

글의 특징은 임진왜란 전체에 대한 사후적 지식을 대입하지 않고 일기 작성 시점에 맞춰 충실하게 실상을 그렸다. 병영생활, 전투상황, 전시 백성의 삶이 담담한 문체로 담겨있다.

선 굵으면 디테일에 약하다는 것은 편견이다. 구국의 청사진을 실행해가면서 아주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장병, 백성과 공감대를 넓히려는 충무공의 노력들이 조진태의 ‘난중일기’에 드러난다.

조진태의 ‘난중일기’에 따르면, 충무공은 승전전략 뿐 만 아니라 농사와 어업, 소금 굽기 같은 전시 생활경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짧으나마 보람과 행복의 순간을 느끼는 것은 사기의 원천이고, 생활은 전쟁능력의 기반이기에, 싸움만 잘한다고 해서 일본을 물리칠 수 없다는 점을 충무공은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충무공의 태도는 전략적이거나 정치적이지 않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잘잘못에 대한 의견을 감추지 않았다. 잘하면 기뻐하고, 못하면 화를 낸다.

“이달 들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병사들의 가슴에는 아지랑이와 더불어 봄기운의 신명이 지핀다. 바로 밭을 갈고, 보리에 거름을 주고, 파종을 준비하는 농사꾼의 본능이 주체할 수 없이 솟아오른다. 몸은 군영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의 논밭과 가족으로 향한다.” 충무공은 고향을 그리는 병사의 모습을 보면서 농사와 어업, 소금 생산 등 전시 생활경제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

“바다 속 왜병을 최후까지 찾아내 도살하는 전투의 막바지, 조선 수군의 광기어린 살기로 한낮의 여름바다가 서늘하게 식고 있다. 짚단과 불화살, 신기전이 왜선을 향해 날아가고, 편전과 화살이 숨 돌릴 틈 없이 바닷물을 가르고, 갈고리와 낫이 계속 바다를 찍어댄다. 낫에 찍힌 푸른 바다는 금세 시뻘건 피를 흘린다.”

전쟁의 마지막해 무술년 전투를 묘사하는 종군기자의 붓이 창과 화살이 되어 춤춘다.

‘난중일기’의 세세한 에피소드에는 일본군 격퇴의 최대값을 구하려는 전승전략과 ‘결기’ 외에 전쟁 중에도 리더들은 전시체제에 걸맞는 경제, 생활, 그리고 나라의 구성원들이 짧으나마 행복을 공유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도록 추동하는 능력을 갖춰야 함을 보여준다.

기해년 일본과의 갈등은 앞으로 전방위적 양상을 띨 것이다. 군사외교, 국제정치, 통상, 산업기술, 문화체육관광, 인터넷 국제여론전 모든 면에서 허점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충무공의 속마음을 조진태의 난중일기가 드러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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