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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그 네번째 책 ‘신과함께’
-한국미디어문화학회 엮음ㆍ영화평론 분야
-원죄·윤회·권선징악·저승 등…그 메시지 해부
-내부자들·밀정·택시운전사 이은 네번째 평론
-유봉근 회장 “한국형 판타지 실험정신 돋봬”

한국미디어문화학회가 출간한 〈신과함께〉 영화 평론.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영화 〈신과함께〉가 이 시대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시사점이 무엇이냐고 누가 질문한다면 무슨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승과 저승세계, 인연, 윤회, 원죄, 권선징악 등 인간사의 다양한 요소에 판타지가 가미된 〈신과함께〉는 분명 특정 메시지로 압축, 요약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 복잡다단한 메시지를 푸는 작업은 어쩌면 숙제일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신과함께-죄와 벌(Along With the Gods: The Two Worlds, 2017·김용화 감독), 〈신과함께-인과 연(Along with the Gods: The Last 49 Days, 2017·김용화 감독), 이 쌍천만 영화에 대한 평론이 나왔다.

한국미디어문화학회가 최근 내놓은 영화 비평,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시리즈4-신과함께(출판사 연극과 인간) 책을 통해서다.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인간의 본성, 본질과 성찰을 제공한다. 미디어문화학회는 앞서 천만 영화 시리즈로 〈내부자들(우민호, 2015)〉, 〈밀정(김지운, 2016)〉, 〈택시운전사(장훈, 2018)〉 평론을 낸 바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네번째 시리즈다. 독일문학 전공 교수들 중심의 학회는 한국 미디어문화의 현 지형을 살피기 위해 월례 모임을 통해 공동 연구된 천만 영화를 시리즈 형태로 내놓고 있다. 그 다섯번째 영화로 학회는 〈기생충〉 평론을 준비 중이다.

책에서 펼쳐지는 필진들의 시각은 영화의 넓은 스펙트럼처럼 다양하다. 일단 웹툰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판타지성 콘텐츠의 기발함과 소재의 참신함, 이에따른 미래의 저력을 꼽는다. “〈신과함께〉는 한국적 소재의 스토리텔링과 판타지를 부각시켜 게임으로 제작되어도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김영아 교수), “〈신과 함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아는 영화다. 제작진은 사람들의 욕망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디지털이라는 이진적 가치와 화폐라는 양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김형래 교수), “영상미를 강조하고 관객이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영화는 과감하게 캐릭터를 생략하고 관계를 변화시키며 성격을 단순화했다. 원작의 팬덤에도 불구하고 영화화 과정에서 이렇게 큰 변화를 시도한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윤종욱 교수)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영화의 주무대인 저승세계와 여기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얼키고설켜지는 삶의 복잡성도 필자들이 주목하는 포인트다. “뜻대로 할 수 없는 질긴 부모-자식이라는 가족에 얽힌 악연(惡緣)은 천년의 세월을 통해 씻기고 선연(善緣), 아니 가연(佳緣)의 대서사로 끝맺음한다”(박정희 교수), “감독은 영민하게도 인간의 원죄의식을 (저승세계를 동원해) 죄다 까발리면서도, 그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주제를 수채화식으로 담담히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김영상 기자), “〈신과 함께〉는 아버지 부재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지는 않다. 아버지 부재는 단지 서사의 출발점에 선 주인공들에게 불편한 상황을 초래해 그들의 굴곡진 인생을 역동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조건일 뿐이다”(서송석 교수), “인간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 관계 속에서 죄를 짓게 되지만 그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이를 용서받으면 된다는 1편 메시지를 2편에서는 얼키고설킨 인연 속에셔 변주하며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곽정연 교수)는 평은 이를 대변한다.

영화에서 투영된 계층갈등도 필자들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영화에서 귀인으로 칭송되는 주인공(자홍)이 한국사회의 ‘흙수저’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도 천만관객의 공감을 얻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박언영 교수), “결국 영화는 현실에서 사회의 극빈층 문제 해결 가능성이 매우 희박함을 보여주며, 문제 해결의 주체를 저승세계의 비현실적 존재에 넘기고 있다”(이경희 교수)는 시각이 이런 점을 보여준다.

유봉근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회장은 “한국형 판타지의 수준을 높이려는 이들의 노력을 관객들은 이미 지지하고 나선 것은 아닐까. 시각문화의 시대에 문화산업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보여주기의 기술적인 방식을 위한 실험을 계속돼야 한다”며 〈신과 함께〉 영화의 의미와 그 가치를 이렇게 규정했다.

〈신과함께〉 영화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 대표는 책 출간 축하의 글을 통해 “이창동 감독님은 제게 ‘좋은 영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는데, 제가 〈신과함께〉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책 제목은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시리즈4 신과함께, 한국미디어문화학회 엮음. 출판사는 연극과 인간. 영화평론 분야. 발행일 2019년 7월 19일. 207쪽. 1만2000원.

▶한국미디어문화학회는=한국미디어문화학회는 21세기 미디어 문화의 성격과 트렌드를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발표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미디어, 문화에 관한 학술서와 번역서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 미디어 문화의 현 지형을 살피기 위해 월례 모임을 통해 공동 연구된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 시리즈를 계속해서 출간할 예정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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