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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산마저 정치에 휘둘리면 더 이상 경제부총리 아니다

내년도 예산 문제가 벌써부터 달아오르는게 우려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2020 예산안 편성 당정협의’에서 내년 예산은 보다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가져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재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니 정부의 정책 의지가 예산을 통해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 달라”고 결을 같이 했다.

경기 하강 추세가 점점 분명해지고 미중 무역마찰에 한일간 갈등까지 난무하는 상황에서 확장 재정의 필요성은 인정되고도 남는다. 그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수준이고 속도다. 이 정부에서 무수히 많은 문제를 만든 바로 그 요인이다. 너무 빠르고 크다. 일단 기획재정부가 6월까지 각 정부 부처로부터 취합한 내년도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6.2% 늘어난 498조7000억 원 정도다. 이렇게 올라온 예산도 깎는 게 보통이다. 각 부처도 그걸 감안해 올린다. 그런데 민주당이 요구하는 내년도 예산 규모는 최대 5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본예산(469조6000억원)보다 무려 12.9%나 늘어난 규모다. 올해 예산 증가율도 확장적 기조하에 9.5%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00조5000억 원이었던 국가 예산이 불과 3년 새 100조 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증가율로 과연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7.3%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중기재정운용목표가 지켜질지 의문이다. 안그래도 올해는 경기 침체 탓에 세수가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상반기 총 국세 수입은 156조2000억원이다. 작년 상반기보다 1조원 줄었다. 몇년동안 이어지던 세수호조는 이제 옛말이 됐다. 하반기 전망은 더 나쁘다. 이미 예산의 조기집행으로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0조원에 육박한다. 근 10년만에 최대다.

재정의 역할과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해도 그건 균형재정의 큰 틀을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성장률 및 세수 전망, 고령화 속도 등 재정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마구 쓰고 모자라는 걸 국채로 메꿔서는 곤란하다. 그건 재정을 소비하는 세대와 이자와 원금 상환을 부담하는 세대를 달리하는 것이다. 후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이란 얘기다. 세대간 착취와 다름없다.

무분별한 팽창 예산을 막는게 기획재정부의 역할이고 그 수장에게 부총리급으로 무게를 실어주는 이유다. 예산마저 정치에 휘둘리면 더 이상 경제부총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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