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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 분양가 상한제라는 ‘엉뚱한’ 방패

‘기호지세(騎虎之勢)’란 말이 있다. 달리는 호랑이에서 내리면 호랑이에 물려죽는다. 이미 시작한 일을 중간에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는 모양새가 딱 그렇다. 요즘엔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를 건드릴 모양인가 보다. 정부가 스멀스멀 다시 오르기 시작한 집값에 물려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부동산대책을 내놓는 형국이다.

역사적으로 부동산시장엔 언제나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상승(창)과 가격 안정화대책(방패)이 있었다. ‘창(槍)과 방패(防牌)’의 대결이다. 모든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존재하지 않듯, 부동산 시장엔 언제나 가격 상승을 막는 정책이 있었고, 그 정책을 뚫는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2014년 이후 서울 집값은 빠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집값 상승폭이 뾰족해지면 언제나 방패가 나타났다. 8·2대책, 9·13대책이 대표적이다. 모두 세금, 대출, 공급 등을 망라한 종합 대책으로 평가받았다. 발표 직후 한동안 시장은 잠잠했다. 꽤 안정적인 방패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 5월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서울 주택에 대한 희소성이 부각되더니,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6월 지방 자율형사립고(자사고)폐지와, 7월 서울지역 자사고 8곳 일반고 전환은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부각시켰다. 7월 금리인하는 부동산에 유동성이 흘러들어오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실제로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과 강남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계획을 만지작 하기 시작한 때가 이 즈음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10일 국회에 나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검토 사실을 공개했다. 시장은 술렁였다. 집값 상승 분위기가 얼마나 강력하길래 정부가 저런 대책을 준비할까 궁금해 했다. 서울 지역 집값 상승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분양가 상한제란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한 기준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다산신도시, 북위례 등과 같은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택지는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 규정은 있지만 적용 조건이 까다로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정말 집값 상승을 막는 좋은 방패가 될까. 주택은 분양부터 실제 준공까지 아무리 짧아도 3년 이상 걸린다. 제도가 시행되면 사업성이 나빠질 것으로 판단한 사업자는 공급계획을 줄줄이 연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분양가 통제를 받느니 차라리 몇년 더 기다린다는 서울 주요지역 재건축 조합이 많다. 빠르면 3년 후부터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지금 준비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강남지역 등 몇몇 인기지역 집값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방패를 전국 집값을 누르는데 쓰는 형국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주택시장에는 당분간 금리인하로 인한 유동자금이 넘쳐날 것이다. 안팎으로 침체된 경제 여건이지만 서울 강남권 등 희소성 높고, 투자가치 높은 인기지역 집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말 지금 필요한 방패가 분양가 상한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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