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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전 세계인의 공감과 약속, 장애인고용

1만9400km. 지구본에서나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서울-부에노스아이레스 간 거리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여정은 더 이상 거리가 한계로 느껴지지 않았던 가까운 날 뜨거웠던 ‘공감’과 ‘약속’의 이야기다.

지난 3월 가브리엘라 미체티 아르헨티나 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공식적으로 방문했다. 교통사고로 휠체어에 몸을 의탁하는 그지만, 2015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하기까지 국민을 위한 변화라는 신념 앞에 장애물은 없었다.

미체티 부통령은 방한 일정 중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의 장애인 의무고용제와 고용 사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1991년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연대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국가 및 지자체, 사업주에게 일정 비율의 장애인 고용을 할당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초기 0.43%에 불과했던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고용률은 지난해 2.78%까지 증가해 6배 이상 성장했다. 이러한 성과가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에서 대한민국을 주목하는 이유다.

우리 역시 그들의 적극적인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2017년 대통령 직속의 장애인 기구를 신설하고 고용의무제를 비롯한 장애인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와의 두 번째 악수도 곧 이어졌다. 지난 6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한 제2차 세계장애인정상회의에 미체티 부통령이 우리나라를 초청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온 정부 관료, 민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참석했다.

포럼 발표자로 나선 필자는 우리나라의 장애인고용정책 추진방향과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발표 내용 중 해외의 여러 국가들이 우리나라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모델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은 대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LG, SK 등 국내 여러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회사 83개소에서 3510명의 장애인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는 성공적 고용 모델이다.

이날 포럼에서 장애인고용의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도 전망했다. 최근 발달장애인의 증가와 장애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에 따른 정책과 서비스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전 세계는 뜻을 함께 했다.

발표가 끝나고 청중을 바라봤다. 언어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며 서로 힘을 더했다. 우리는 모두가 누리는 것들을 일부가 누리지 못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분명히 설명되어야 하며, 타당하지 못한 간극이 존재한다면 정책으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을 포용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함께 해야 함은 자명하다. 따뜻한 환경과 함께 웃는 세상이 불가능한 미래가 아니다. 때로는 뜻대로 되지 않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인이 모여 내는 하나의 목소리, 공감에 한계는 없다. 서울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오고간 우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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