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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난지 4.4일’…국제결혼 예고된 상처
맞선부터 웨딩, 베트남 3.9일 
‘신부 돈주고 샀다’ 잘못된 인식  
한국 체류만이 목적인 여성도  
이혼 상담 다문화 남편 증가세


국제결혼피해자 모임에 참석한 오모 씨가 중개업체가 소개한 외국인 신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오 씨는 “해당 업체에서 똑같은 신부 사진을 보고 계약한 회원만 13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kacew@

최근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국제결혼 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한해 2만건이 넘는 국제결혼이 이뤄지는데,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중개업체와 신부를 돈 주고 샀다는 인식을 가진 남성들, 그리고 한국 체류를 목적으로 결혼만 하고 도망 가버리는 여성 등의 문제는 여전히 국제결혼을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자들이다. ▶관련기사 9면

지난 13일 인천·부천시에서 열린 ‘국제결혼 피해자모임’에 참가한 20여명의 회원들은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을 성토했다.

지난 2016년 베트남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린 오모(53·전북 익산)씨는 “만난지 4일만에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현지 결혼식을 진행시켰다. 이후 한국에 가서 6개월을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잔금 결제 문제로 중개업체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돌연 중개업체는 “결혼을 약속했던 신부가 다른 업체를 통해 다른 남성과 결혼했다”고 통보했다. 중개업체는 “현지에서 결혼식은 열었으니 어쨌든 성혼된 것이다”며 중개비용 전액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고 오씨는 2년간 법정 공방 끝에 패소해 국제결혼중개비와 경비로 총 2000만원을 내야했다.

이모(48) 씨는 2015년 12월 업체를 통해 결혼식을 올린 우즈베키스탄인 아내가 한달만에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다. 그는 “지금 중개업체들은 한글의 ㄱ자도 모르는 여성들과 맞선을 보게하고 있다. 어느 정도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매칭해주려는 노력은 없다”며 “당하고 나서야 너무 몰랐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결혼준비 과정에서 자문을 구할 전문가가 없다보니 현실도 모르고 안일하게 결정했다. 나라에서 무작정 국제결혼을 장려할 게 아니라, 준비과정과 피해예방책 등에 대한 안내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한해 2만건이 넘는 국제결혼이 이뤄지다보니 이혼 절차를 밟기 위해 직접 상담소를 찾는 다문화 가정 남편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18년 다문화 가정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본부에 접수된 다문화 가정 이혼 상담 건수 1018건 중 한국인 남편이 직접 상담을 신청한 경우가 약 55%(559건)를 차지했다. 외국인 아내의 상담 건수는 258건이었다.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외국인 아내의 상담 신청이 더 많았지만, 2013년부터는 한국인 남편의 상담건수가 더 많아지게 됐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국제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걸리는 기간은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결혼이 7.2일로 가장 길었고 베트남이 3.9일로 가장 짧았으며, 평균 4.4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속성 결혼으로 파경에 이르지 않기 위해선 ‘돈을 냈고 계약서도 썼으니 이 결혼은 완성됐다’는 생각부터 남성들이 버려야한다고 조언한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중개업체들이 주선하는 속성결혼의 특성상,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결혼할 수밖에 없다”며 “이주여성이 한국어를 배워가며 적응하려 노력하는 시간만큼 남편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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