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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산업혁명, 예술을 바꾸다] 예술품도 공유하고 구독한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술 작품은 소장하는 것은 물론 감상조차 오래도록 특권의 상징이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저 멀리 육중한 문으로 닫힌 성 같았고,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가도 제대로 즐기려면 그보다 몇 배의 돈과 시간을 들여 지식을 쌓고 이해하는 사전작업이 필수였다. 은행 달력에 인쇄된 누군가의 작품, 우산 디자인으로 이용되는 모네의 수련 같은 것들이 보통이 즐기는 일상의 미술이었다.

하지만 합리적 지출의 흐름은 미술 소비도 바꿔놓았다. 소유하지 않고 즐기고 경험하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미술 시장에도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15년 4200억 달러 규모였던 전세계 구독경제 규모가 2020년이면 5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는 낯설지 몰라도 구독경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적으로 접해오던 소비 방식이다. 우유나 신문배달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최근엔 기술 발전과 함께 한층 보편화됐다.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동영상 플랫폼 역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구독경제의 범주에 들어간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5093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온라인 쇼핑객 15%가 한 개 이상의 구독경제 서비스에 가입해 정기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적으로 식재료를 배달하는 블루 에이프론, 면도기 정기 배송업체 달러셰이브클럽, 패션 아이템을 제공하는 스티치픽시 등은 미국에서 주목 받고 있는 대표적인 구독경제 관련 스타트업이다.

미술 구독은 신문이나 우유처럼 편하게 집에서, 넷플릭스처럼 원하는 혹은 추천 받은 콘텐츠를 즐긴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구독경제인 셈이다.

국내에선 2017년 첫 선을 보인 핀즐이 대표적이다. 한달 3만3000원을 내면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인쇄한 A1사이즈 크기의 대형포스터를 배달해 준다. 작가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가 담긴 잡지가 함께 배달되기 때문에 구독자는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도 있다. 원작 가격의 1~3%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대여해주는 오픈갤러리도 있다. 여전히 그림 고르기에 어려움을 겪는 구독자를 위해 전문 큐레이터가 추천과 설명을 해준다.

이처럼 단순 미술품 배달에 그치지 않고 맞춤형·기획 전략은 전체 구독경제 가입자의 55%가 큐레이션 기반의 서비스, 즉 개인화된 고품질의 서비스나 상품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형태를 선호한다는 맥킨지 조사결과를 감안하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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