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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하원 ‘트럼프 탄핵소추안’ 332명 반대표
찬성 95표…민주도 137명 ‘반대’
상원 부결 전망·역풍 걱정한 듯


알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 [EPA]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를 부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직접 투표에 부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하원은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알 그린 하원의원이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표결에 부쳤으나 반대 332 대 찬성 95로 무산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그린 의원은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헌법 상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범죄와 비행’을 저질렀다며 탄핵소추장을 제출했다.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명을 열외로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인용한 그의 탄핵소추장은 특권이 있어 하원이 2일 안에 의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하원은 표결을 실시했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공화당 의원들과 뜻을 같이하면서 탄핵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하원의원 중 137명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찬성은 95명에 그쳤다. 펠로시 의장은 관례상 투표하지 않았다.

WP는 “이는 놀라운 전환”이라며 “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분열된 모습을 보인 지 하루 만에 민주당이 공화당과 협력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고 평했다.

그린 의원은 이날 의사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자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그의 편견에 대처해야 할 때다. 이 대통령은 사람이 가득한 극장에 불을 지를 수 있음을 보여줬고, 우리는 편견이 고삐 없이 허용될 때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목격했다”면서 “우리 모두는 공식적으로 표명할 의무가 있다. 우리 모두는 백악관에 편견이 있을 때 우리가 어떤 입장인지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 등 지도부는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탄핵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등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탄핵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결정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그린 의원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그린 의원에게 모든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우리는 대통령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권력 남용, 사법 방해 등 관련 사실을 좇고 있는 6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진지한 길이다. 우리는 그것을 바닥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장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12월 제출 당시엔 민주당 의원 126명이 찬성하고 58명이 반대해 부결됐다. 지난해 1월에 재도전했을 땐 민주당 121명이 찬성표, 66명이 반대표를 던져 무산됐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권은 하원, 탄핵심판권은 상원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돼 있다.

하원에서 제기된 탄핵소추장은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가결된다.

소추가 결정되면 상원은 탄핵재판을 시작한다. 연방대법원장의 주도 아래 심리를 진행하고 소추항목별로 유무죄를 가린다.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유죄가 확정되고 대통령은 파면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된 적은 있지만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은 없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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