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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오탈자를 아시나요
‘잘못 쓴 글자’가 아닙니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피눈물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현행법상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에 5회까지만 응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로스쿨을 졸업했을지라도, 5년이라는 응시기간이나 5회라는 응시횟수중 어느 것에라도 해당되면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오탈자’란 이런 응시기간과 응시횟수의 제한 때문에 더 이상 변호사시험을 칠 수 없는‘ 5회 탈락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과거 사법시험에서도 응시제한이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을 4회 응시한 후에는 4년이 지나야 다시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다양한 근거로 위헌성이 문제되자 폐지되었습니다.

현재 힘도 조직도 없는 오탈자들은 모두에게서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대학의 변호사시험합격률과 연결되어 있기에 현재의 제자도 아닌 떠나간 제자들인 오탈자까지 감싸줄 수 없습니다. 로스쿨 재학생들의 입장은 더 절실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합격률 때문에 목매달고 있는데 경쟁자를 추가하자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이슈에는 쉴 새 없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로스쿨 졸업생들의 단체마저 어느 쪽을 편들어도 손해라는 판단 하에 그저 묵묵부답입니다. 변호사회도 이들로 인하여 변호사 배출숫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법무부도, 교육부도 뜨거운 감자인지라 손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변호사시험법상 유일한 응시기간제한의 예외는 병역의무 기간뿐입니다. 국회에는 임신, 출산의 경우에 예외를 인정하는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지만, 시험을 치루지 못할 사정이 어디 임신, 출산과 병역의무뿐이겠습니까. 질병, 경제적 사유, 불의의 사고 등 예외사유를 전부 법률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법률에 규정된 예외 사유이외에, 응시 기간을 7년 정도로 늘이고 그 기간 동안 5회 제한을 두되, 이 기간 중에도 응시구제위원회같은 기구를 두어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 횟수에서 제외하는 예외를 인정해주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외 인정은 소급적용해야합니다. 이미 패배자라는 좌절과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어야 합니다.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예외 없는 원칙은 없습니다. 지나친 원칙의 강조로 인하여 자신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봉쇄당한 채 어디선가눈물짓는 청춘이 이 땅에 없어야 합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를 협의하
는 자리에 오탈자 문제도 같이 논의하여야 합니다. 그들 중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일종의 재능입니다. 경험적으로 머리 좋고, 어린사람들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시험에는 천천히 이룰지라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험을 몇 년 일찍 합격한다는 것이 결코법조인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을 확정지울 수는 없습니다. 이제 오탈자라는 단어를 새롭게 써야 합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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