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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 끝나도 아직 텅빈 헬리오시티 상가, 사람 온기로 찰 날 언제?
‘국내 최대’ 헬리오시티 내 상가 공실 해소 난망
입주민들 “마트 없어 인근 시장까지 나가야 해”
“일반 분양 낙찰률 50% 남짓…임대료 내려야”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상가 내 한 구역. 입주한 가게가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김민지 인턴기자/jakmeen@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김민지 인턴기자]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지하철 8호선 송파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헬리오시티 메인 상가. 학부모들의 유동이 많을 평일 오전임에도 상가는 한가했다. 입주해있는 점포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상가에서 만난 주부 윤모(30) 씨는 장보는 걱정부터 했다. “이만한 대단지에 마트가 없어서 장보려면 인근 시장까지 가야 한다니까요. 입주할 때에만 해도 가게가 빨리 들어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대부분 비어 있어요.”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라는 헬리오시티 내 상가가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공실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예 가게가 한 군데도 없는 구역도 있었다. 입주민들은 상가에 편의시설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민 “마땅한 식당 없어 가능하면 집에서 식사”=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345에 위치한 헬리오시티는 9510가구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건축 당시 사업 구역 면적이 여의도 공원 면적(22만9539m²)의 2배에 달해 ‘미니 신도시’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이곳에는 3만여 명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인접해 있고 주변에 가락초, 잠실여고, 해누리초 등 학교가 많아 ‘학세권’으로도 통한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입지의 명성과 달리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헬리오시티 상가는 ‘유령상가’로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너 이거 몰라?’는 헬리오시티 상가를 방문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는 해당 영상에서 “위례 신도시보다 더 심각하다. 오늘 납량특집 아니냐”며 공실률이 높은 상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해당 영상은 13일 현재 조회수 12만회를 넘기며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송파대로 방면 1층에는 은행과 편의점을 제외하고 모두 부동산이거나 ‘임대 문의’가 붙어 있는 공실이었다. 상가 내부로 들어가자 마치 부동산 전용 상가에 들어온 듯 20여개의 부동산이 빽빽이 밀집해 있었다. 1층에 입점해 있는 식당은 포장 위주의 판매를 하는 작은 분식집과 빵집뿐이었다.

가장 많은 점포가 위치한 지하는 더 심각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지하1층의 203개 점포 중 70% 넘는 가게가 비어 있었다. 일부 구역은 입주한 가게가 전혀 없어 스산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지하 상가 중심지에도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10평 남짓의 식당과 카페 5~6개, 세탁소, 미용실 등이 있을 뿐이었다. 3만여 명의 수요를 가지고 있는 상가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편의시설은 빈약했다.

식당이 너무 부족해 점심 시간에는 소수의 식당에 사람들이 몰려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포장 전문이긴 해도 주변에 가게가 없다보니 점심 저녁 내내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입주민도 지하상가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다 “상가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작은 카페에 엄마들이 몰린다”며 “여기를 자주 오는데 점심시간에는 15분정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주민들은 집 앞 상가를 놔두고 가락시장 쪽이나 중대초등학교 방면 상권을 이용하고 있었다. 헬리오시티에 지난 1월 입주한 정모(34) 씨는 “상가에 장을 볼 수 있는 마트가 없어 잠실까지 나가거나 가락시장까지 간다”며 “입주 전에는 이렇게 상가가 오래 비어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입주민 곽모(53) 씨도 “되도록이면 집에서 해먹거나 아예 다른 곳에서 외식을 한다”며 “상가에 부동산만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 커뮤니티에서도 단지내 상가에 대한 불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네이버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민 카페’에는 ‘상가에 가게 들어온다는 소식 없나요?’, ‘왜 이렇게 상가 입주가 늦어지는 건지… 아직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다들 어디서 식사하세요? 식당이 없어서 너무 불편해요’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이 거의 매일 올라오고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모습. 9510가구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김민지 인턴기자/jakmeen@heraldcorp.com

▶상가 비활성화, 높은 임대료 원인 ‘지적’=이렇게 상가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는 주변보다 높은 임대료가 꼽혔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정문 앞 메인 상가 1층 점포의 경우 9.6평 기준 보증금 1억에 월 임대료 750만원이었다. 목이 좋은 곳은 월 임대료가 9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지하 1층 상가도 6평 기준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170만원이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상가가)주변보다 임대료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3만여 명이 사는 국내 최대 규모라니까 기대가 컸고 분양가 높은 만큼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시작된 상가 일반분양도 낙찰률이 50%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많이 보러는 오셨는데 아무래도 분양가가 높으니 절반 정도밖에 낙찰이 안됐다”며 “나머지 유찰된 매물은 어떻게 할지 아직 처리 방법이 안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임대료를 유지한다면 공실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경기가 좋으면 공실 현상이 해소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임대료를 내려야 한다”며 “3만여 명이 산다고 해도 불경기에서는 자영업자가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헬리오시티 상가의 지속적인 공실이 다른 단지 분양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광받던 이곳 상가의 공실 현상은 차후 다른 단지 내 상가 분양에서 참고 사례가 될 수도 있다”며 “단지 내 상가 비율을 줄인다든가 상가 매물의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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