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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전자발찌 차고도 또 몹쓸짓…관리 시스템에 큰 구멍

5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찬 채로 심야에 주택가에 침입해 모녀를 잇따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술을 먹고 피해자 집 담을 넘어 들어가 범행을 시도했지만 완강한 저항과 이웃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는 성범죄 전력이 세차례나 있고, 출소한 뒤에는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해 재수감된 적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언제든 성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요 주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밤에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주택가를 활보하고 다녔다니 국민들은 놀랍고 두려울 뿐이다.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되면서 “난 미수범이라 교도소에서 곧 돌아올 것”이라며 섬뜩한 협박까지 했다니 더 기가막힌다. 성범죄자 관리에 구멍이 뚫려도 크게 뚫렸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성 범죄 예방을 위해 채워놓은 전자발찌는 아무 쓸모없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이 남성이 전자발찌를 찬 채 술에 취해 몹쓸짓을 하고 돌아다니고, 피해 여성이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동안 누구도 그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범죄가 일어난 지역은 방범카메라, 안전비상벨, 도로 반사경 등이 설치된 ‘범죄 예방 환경디자인 사업’ 대상지였다니 더 충격적이다.

실제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넘었지만 관리 실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법무부 통계만 봐도 대번 알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는 3484명이다. 그 가운데 이번처럼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 사람이 83명이다. 지난 2015년만해도 50명대 였으니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자발찌 착용자 재범이 늘어나는 것은 감시 감독 인원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여성 범죄피해 예방제도 운영실태’를 보면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독하는 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 뿐이다. 전자발찌를 차고 출입금지 구역을 들어서면 경보음이 울리는 데 이게 연간 400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한데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관제센터 인원은 69명이다. 한 사람이 5만~6만건을 관리해야 하는 데 일일이 다 대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독하는 보호관찰소도 직원 1인당 24명을 담당해야 하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관리 인력을 늘리는 일이 당장 시급하다. 그러나 사람만 충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법무부와 경찰 간의 공조만 잘 해도 피해를 한결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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