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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앞차만 보고 달리다 사고낸 ‘코리아 외교’
“급제동을 해야 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앞차를 뒤따라갈 때 가능한 한 4~5대 앞의 상황까지 살핀다, 미리 예측하여 대응한다. 여유 있게 신호를 보내고 나의 신호를 이해한 것을 확인한 다음에 천천히 행동한다”.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동차 안전운전 요령이다. 전후좌우 주변 차들의 흐름을 잘 살피고, 주변 차들의 운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내 갈 길을 가는 것이 안전운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로에서 그렇지 못한 차들을 종종 보곤 한다. 도로는 시원하게 뻥 뚫렸는데 내 앞의 차만 이상하게 브레이크 등이 수시로 들어오고 심지어 지그재그로 달리곤 한다. 왜 그런지 보면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에 정신 팔려 운전은 뒷전인 운전자를 흔히 볼 수 있다.

또 딴에는 안전운전, 연비운전을 한다며 도로 상황과는 동떨어진 나홀로 ‘거북 운전’을 하는 차도 많다. 뒤차나 옆차의 안전이나 연비는 상관없이, 나만 내식으로 가면 그만이라는 극한의 이기심이 전체 도로의 정체, 심지어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다.

그렇다고 그 차들을 무시하고 달릴 수는 없다. 잘못은 앞·뒤·옆 이상한 차가 했더라도 운전자는 사고를 피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도로는 나 혼자 쓰는 것이 아니기에, 앞차 뿐 아니라 좌우, 그리고 뒤차의 상황까지 눈으로 확인하고 이동하는 것은 필수다. 나만 내 갈 길을 가겠다고 앞만 보고 가봐야 얼마 못가 사고가 나거나 주변에게 욕먹고 왕따 당해 도로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사고가 나면 일단 시간과 금전적으로 손해가 크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았다’며 국제외교를 운전에 비유했을 정도로, 자동차 운전과 외교는 유사점이 많다. 글로벌 무대라는 넓은 고속도로를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차들과 함께 달려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는 것이 외교의 목적이다. 그 과정에 수많은 이상한 차량, 말도 안되는 도로 위험 시설물이 튀어나오더라도, 이유를 막론하고 가는 도중 사고가 나거나 멈춰 선다면 결코 성공한 운전이라 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외교는 1945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손꼽을 정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거의 나라가 망하기 직전 구한말 상황에 비유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그 정도로 외교가 꼬여있다.

운전으로 본 외교 풍경은 이런 것이 아닐까. 왼쪽 차선에서는 열 살 수준의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 덩치 큰 차의 핸들을 잡고 이웃 차들을 위협하고, 앞에서는 3대 세습 독재 운전자가 핵미사일을 들고 브레이크를 수시로 밟았다 때며 겁을 준다. 뒤에서 나의 안전운전을 항상 도와주던 대형 픽업트럭의 움직임까지 요즘 심상치 않다. 앞차나 도로전체 상황을 고려하기 보다는 나만 먼저 가겠다고 마이웨이를 선언한 듯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운전을 한다. 그 와중에 오른쪽 미쓰비시 차량과는 접촉 사고가 났다. 지나치게 앞차만 바라보며 운전하던 중, 옆차는 평소에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깜빡이도 수신호도 제대로 보내지 않고 오른쪽 차선에 바짝 붙어 앞지르기를 시도하니, 마침 우리를 고깝게 보던 미쓰비시 차량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박아버린 상황이 돼 버렸다.

내려서 네가 잘못했니 내가 잘했니 과실을 따지자며 글로벌 재판정에 가네 마네 하고, 승객들도 수출제한도 하고 불매운동도 하며 응원에 나서지만, 이미 난 사고는 되돌릴 수 없다. 운전자만 믿고 탄 차의 승객들만 시간, 재산상 피해를 볼 뿐이다. 물론 그 승객들도 운전사의 자질 검증 시간에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작정 뽑은 책임은 있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하고 또 원망스러울 뿐이다.

문제는 그래도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줄기차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를 냈다 해서 대형 버스의 운전사를 중간에 바꾸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이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하루빨리 사고수습을 하고, 다시 시동을 걸고 안전운전 수칙을 되새기며 가는 것 뿐이다.

운전사도 앞차만 바라보며 접어뒀던 양쪽 사이드미러와 뒤쪽 룸미러를 다시 바로잡고, 또 잔소리꾼 조수석의 조언도 받고, 마음을 가다듬고 냉정해져야 한다. 그러기위해 승객들도 운전사가 다시는 사고치지 못하도록 안전운전을 외쳐야 한다.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말이다. 갑갑하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이 허허벌판 도로에 퍼져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정호 정치섹션 국회팀 팀장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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