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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부동산, 시장은 지지 않는다 역습할 뿐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습니다. 만약 정부가 시장을 이기면 시장은 망합니다" 얼마 전 만난 한 경제전문가에게 분양가 상한제 검토 등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온 답변이다.

부동산 시장, 특히 집값을 두고 정부와 시장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9·13대책 이후 한풀 꺾이는가 싶던 집값이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반등하면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급기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까지 언급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후분양을 하려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했다. '재건축 분양가 상승→주변시세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다.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분양가 상한제까지 언급되자 시장은 한층 더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구두경고로 실제 시행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의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결정하는 분양가 상한제는 선분양, 후분양을 모두 무력화시킨다. 사업자는 기대한 분양가를 못받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자연히 공급이 줄어든다. 실제 2007년 9월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첫 시행 이후, 이듬해 주택인허가 신청은 37만1000가구로 전년 55만6000가구에서 급감했다. 재건축 시장은 얼어붙었다.

정부는 현재 공급부족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 외곽이 아닌 서울은 좀 다르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량 중 서울 아파트 비중은 2000~2009년 평균 33.0%에서 2010~2019년 21.9%로 줄었다. 2010년대 서울에서 준공된 아파트는 연평균 3만1239가구로 2000년대 평균 5만6740가구대비 45%나 감소했다.

서울 강남의 경우 주요 공급원인 재건축이 막히면 이 지역 집값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희소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억지로 눌러 낮아진 분양가만큼 실제 거래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로또 청약'은 또다른 부작용이다.

세간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강남지역 사람들은 숨죽여 웃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토부 장관설에 강남은 반색(?)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냥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시장은 규제의 역설과 빈틈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출규제·세제강화 등 강력한 수요억제를 통해 공급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가능하다해도 단기적이다. 기본적인 실수요자는 늘 있기 때문이다. 집값만 잡는 게 부동산 정책의 능사가 아니다. 수요에 공급이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시장은 왜곡되고 무너진다. 부동산 업계와 국내 경제또한 침체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 및 감정평가업, 부동산 임대업, 개발 및 공급업 등의 매출액 수준을 보여주는 부동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9·13 대책 여파가 컸다.

정부가 인위적 가격통제를 하고 있지만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금리인하와 10조원 가량의 토지 보상금 등 가격을 올릴 변수가 많다. 정부가 반등 때마다 개입한다면 결과적으로 땜질식 처방에 그칠 뿐이다. 다른 쪽이 오르는 풍선효과도 반복된다. 현 정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표심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급억제에 따른 장기적 리스크를 알고 있음에도, 단기간에 고강도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눌러 놓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일 지 모른다. 하지만 규제에 따른 수급불일치는 3, 4년 뒤에 가격폭등을 불러올 수있다. 교육만 백년지대계가 아니다. 부동산도 큰 그림을 그리고 가야 한다. 시장은 지지 않는다. 언젠가 역습할 뿐이다.

권남근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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