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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경제전쟁] 강제징용 손배집행 판결 장기화…외교마찰도 지속
일본제철 소유주식 매각 명령
심문절차 7~8개월 소요 전망
추가압류땐 상황 반복 여지도



우리 대법원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지 8개월만에 일본 정부가 사실상 수출규제를 통한 보복에 나섰다.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유사한 소송이 뒤를 잇고 있어 당분간 양국간 외교 마찰은 지속될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피엔알(PNR) 주식 19만4794주(액면가 9억 7000만원 상당)에 대해 접수한 매각명령신청 심문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1월과 3월 손해배상 채권으로 압류된 주식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법원으로부터 일본제철에 보낼 심문서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아 일본어로 된 서류를 제출했다. ‘매각명령신청과 관련해 의견이 있으면 이 서면이 도착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민사집행법 241조는 “채무자가 외국에 있거나 있는 곳이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심문할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지법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후지코시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액면가 기준 7억6500만원 상당)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 사건을 심문절차 없이 바로 심리 중이다.

다만 일본에 있는 채무자인 일본제철에 대해서는 심문절차가 필요 없지만,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엔 심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당초 주식이 실제 현금화 될 때까지 약 3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심문절차가 열리면서 7~8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직 집행 단계까지 가지 않은 다른 사건에서 배상판결이 확정되고 추가 압류에 나서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여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재산을 확인하기 위해 민사집행법이 정한 ‘재산명시 신청’을 지난 4월 접수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과 특허권(8억 4000만원 상당)은 압류된 상태로, 지적재산권 외의 재산을 확인 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향후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판결을 통해 추가 배상청구에 나설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산은 우리 법원이 직접 강제집행할 수 있지만, 일본에 있는 자산은 일본 사법 당국의 ‘집행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3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결론을 확정지었다. 강제집행이 된다면 사실상 스스로 잘못 판결했다고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일본 법원이 승인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나서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 비난 여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서 일부 대법관은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대신 정부 차원의 배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10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을 보면 권순일 대법관과 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협정이 헌법이나 국제법에 위반해 무효라고 볼 것이 아니라면, 그 내용이 좋든 싫든 그 문언과 내용에 따라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됨으로써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지금이라도 국가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피해국민에 대해 지는 책임은 법적 책임이지, 이를 단순히 인도적·시혜적 조치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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