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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정동창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섬유·패션산업의 비상 준비, 지금이 골든타임
최근 우리 제조업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다. 섬유·패션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규모의 경제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개도국, 브랜드와 기술력 우위의 선진국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지난해 업계의 노력으로 수출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올해 다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50대 이상 근로자 비율이 44%에 육박하는 등 급속한 고령화와 청년층 유입 단절은 세대간 기술이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노동경직성에 따른 생산여건 악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의한 투자위축도 발목을 잡는다.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이 절박한 시점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19년 패션산업 전망’에서 ▷소비자요구에 대한 빠른 대응 ▷‘디지털 플랫폼’ 구축2가지를 섬유·패션산업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디지털 플랫폼은 제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ICT를 통해 공급사슬의 통합을 가능하게 해 생산효율 향상과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파도를 빠르게 타는 제조업체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선도기업들이 스마트공장 도입 등 디지털 플랫폼 확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6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섬유기기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트마(ITMA)’ 전시회가 열렸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섬유기기, 공정혁신을 위한 통합솔루션들이 대거 출품돼 관심을 모았다. 이에 앞서 5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테크니컬섬유 전시회 ‘테크텍스틸(Techtextil)’에서는 디자인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공정자동화를 구현한 ‘마이크로팩토리(Microfactory)’가 출현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품공급주기 단축과 개인 맞춤형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 최신 트렌드의 이 마이크로팩토리 보다 훨씬 진화된 ‘스피드팩토어’가 한국 섬유·패션산업에서 상용화될 전망이다. 스피드팩토어는 스마트팩토리 기반 위에 매장(스토어)에서 소비자 주문을 받아 수요자 맞춤형 제품 생산을 지향하는 말이다. 정부는 최근 생산성 및 환경이 취약한 봉제 및 염색공장부터 시작해 향후에는 기획·생산·유통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관통하는 스피드팩토어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심각한 인력난과 새로운 성장모멘텀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제조 효율성과 생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화는 해외이전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유도와 함께 신규 청년인력 유입으로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품질경영이 가능해져 섬유·패션산업을 신성장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을 통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 비해 5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경쟁력 있는 생산기반과 기술력을 축척했다. 그러나 과거의 제조·유통·경영 방식을 답습하기엔 최근의 기술혁신 및 상용화 속도가 너무도 빠르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시장과 기술의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혁신활동이다.

스피드팩토어 보급 확산과 함께 정부의 관심, 업계의 혁신 노력이 어우러질 경우 다시 한번 섬유·패션산업의 비상(飛上)을 기대할 수 있다. 모두들 어렵다고 하는 지금, 바로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다.

정동창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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