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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란 추가제재…협상용? 레짐체인지?
이란 최고지도자·혁명 수비대
국제금융시스템 접근 차단
이란 국체 사실상 ‘테러조직’ 치부
트럼프 “협상 테이블 복귀 촉구”
FT “이란 정권교체 의혹 증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이란 추가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은이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겨냥한 제재라고 설명했다(위쪽 사진). 미국의 대이란 추가제재 대상에 오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도서전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으로 지난 4월 29일 이란 최고지도자실에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사진이다. [로이터·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고위 관리들의 국제 금융시스템 접근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對)이란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최근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한 보복이자, 핵 개발 재개 선언 이후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조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고위 지도층을 정면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분립 삼권을 망라한 국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신정일치국에서 ‘신의 대리인’의 자격을 갖는다. 결국이번 제재는 미국이 이란의 국체(國體)를 사실상 부정하고 ‘테러조직’으로 치부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이란 추가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새로운 제재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이란의 고위 관리들이 유럽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의해 설계된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지난 4월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한 이후 추가적인 경제적 제재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제재가 이란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한 보복이자, 이란의 핵 야망을 좌절시키기 위한 조치임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성명을 통해 성명에서 “이란 정권이 파괴적 행동을 변화시키고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선의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추가 제재 대상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 사령관 8명도 포함됐으며, 이번 제재로 인해 동결되는 미국 내 이란 자산이 수십억 달러 규모라고 말했다. 


외신은 이번 추가 제재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보복 조치로 제재카드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지난 21일 최근 이란의 무인기 격추에 대응한 군사적 보복공격을 승인했다가 실행 10분 전에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군사공격보다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이란 추가 제재가 최고위층에 대한 상징적 제재라는 의미는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회계 감사기업 PwC의 다니엘 탄네바움은 추가 제재가 “대단히 상징적인 것”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최고지도자가 자국 기업의 상당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이미 충분한 대응책이 마련돼있어 큰 타격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담당했던 로버트 말리 국제위기그룹 CEO는 “상징적인 정치가 최악의 상황까지 왔다”면서 “추가 제재는 비논리적이고, 역효과를 가져오거나 혹은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위 관리들을 겨냥한 금융 제재가 단순히 경제적 제재가 아닌, 이란 정부의 합법성과 주권, 통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겨냥한 미국의 움직임은 이란에서 매우 도발적인 것으로 보여지고 미국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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