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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아름다운 세상’조여정의 디테일한 매력이 드러난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조여정의 매력이 한층 더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120% 살려낸다.

영화 ‘방자전’(2010)과 ‘후궁: 제왕의 첩’(2012)에서는 관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인간중독’(2014)에서는 진지한 장면의 공기를 뚫고 올라오는 그녀만의 묘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900만 관객(6월 23일 기준)을 돌파한 영화 ‘기생충’과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은 조여정의 좀 더 디테일한 매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기생충’에서 조여정은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이선균)의 아내인 순진하고 심플한 사모님 연교 역을 맡았다. 험한 일을 겪어본 적 없는 연교 특유의 순수함은 관객들에게 예상 외의 순간에 웃음을 안긴다. 아이들의 교육과 고용인 채용, 관리 등 가정 일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빗어내는 등 조여정의 매력이 물이 올랐다는 평이다.

“시나리오를 봤더니 연교 역할이 ‘인간중독’ 때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이 있어 좋았다.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점도 있다. 우선 연교가 현실감 있는 캐릭터라 재밌는 게 많겠다 싶었다. 23살때 결혼해 바로 주부가 된 캐릭터다. 감독님 머리에 연교의 모든 게 있는 것도 안심이 됐다.”

조여정은 첫째 딸의 과외 선생으로 백수 가족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최우식)를 집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이후에도 연교 특유의 순수함을 연기하며 순진함과 엇박의 유머를 남긴다.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를 사용하려고 하는 점, 기우뿐만 아니라 기우를 소개해준 ‘민혁 쌤’(박서준)과도 섬씽 느낌이 나는 점 등 조여정으로 인해 스토리 전개가 탄력을 얻는다.

“연교는 부(富)에서 오는 결핍도 있다. 아이의 방을 완벽하게 꾸민다거나, 허세스럽게 영어를 사용한다. 풍족한 데서 오는 연교의 결핍이 ‘기생충’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기우의 동생인 기정(박소담)은 풍족하지 않은데서 오는 충만함이 있지 않은가. 어른이라고 옳은 방식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게 봉 감독님이 던지는 화두 같다. 봉감독님은 우리가 알고있는 느낌보다 훨씬 더 많은 레이어(층)와 스펙트럼을 가지신 분이다. 감독이란 보통 사람들이 잘 못보는 걸 보는 능력이 있다.”

조여정은 이밖에도 “연교는 신중하게 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말을 빨리 하는 게 어려웠다. 슬프거나 심각하거나 가볍거나 코믹하거나, 항상 진지하게 접근했다. 수위 조절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연교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 “세트지만, 저택에서 내가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박)소담이가 안주인 같다고 했다. 이건 칭찬 아닌가”라고 했다.

조여정은 남편 역할인 이선균과의 촬영도 좋았다고 했다. 조여정은 “남편(이선균)은 말은 쿨하게 하지만 따뜻한 사람이다. 연교는 남편이 사회에서 이룬 성과와 커리어에 대한존경심이 있다. 그래서 더욱 아이들에게 교육을 잘시키려고 노력한다”면서 “실제로도 이선균 선배는 배려도 많은 분이고, 많이 의지하면서 찍었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남편이 죽기 전날에도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다”면서 “모르는 사이에 한 말들이나 행동이 사람을 극한으로 몰게 할 수 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 됐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영화에 대해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줘 감사하다. 봉 감독님은 오랜 시간을 뚝심있게 본인 영화로 화두를 던지고 소통해온 분이다. 그 영화들을 ‘플란다스의 개’부터 봐온 사람으로서 보면, 한 우물을 파는 데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조여정은 “연기가 좋았다”는 칭찬에 “쑥스럽고 민망하다. 연기는 자신이 없고, 나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여정은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폭력 가해자 아들 준석의 죄를 덮기 위해 양심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잘못된 선택을 하는 서은주를 잘 연기했다. 드라마 얘기로 넘어가자 더욱 신나 있었다.

조여정은 “본 모습을 감추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계속 아닌 척 하고 숨기는 게 힘들었다. 죄 짓는 연기는 안했으면 싶다”고 말하면서도 “은주는 순간적으로 어른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중요하다. 쉽게 용기내기는 어렵다. 어른이 그런 실수를 했냐고 비난할 게 뻔하다. 이게 두렵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모든 어른에게 하는 말이다. 모두 생각해보자는 거다. 의미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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