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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페이스북 ‘리브라’…주커버그의 ‘제국화폐’ 도전
영국 화폐단위인 파운드(pound)의 표기 ‘£’이다. ‘L’의 필기체 ‘L’에서 만들어졌다. ‘리라’ 기호로도 불린다. 라틴어의 뜻은 ‘균형’이다. 고대 로마에서 무게 단위로 ‘리브라 폰도(Libra pondo)’를 사용한데서 파운드가 만들어졌다. ‘Libra’는 별자리 가운데 천칭(天秤)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법률과 질서의 신 테미스(Themis)는 한 손에 저울대를 들고 있다.

페이스북이 디지털화폐 ‘리브라’ 출시계획을 내놨다. 블록체인의 암호화기술을 바탕으로 사이버(Cyber) 공간에서 통용될 화폐다. 기존 금융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소외계층을 포용하고, 소비자들이 금융거래에서 부담했던 불필요한 비용들은 절감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자산과 달리 금융자산과의 태환(兌換) 구조로 설계됐다. 보유한 금이나 은 만큼만 화폐를 발행했던 금은본위제와 닮았다. 초기 창립자들이 낸 돈을 바탕으로 일단 발행되며, 이후에는 기존 화폐를 주고 교환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안정적이고, 가치변동이 최소화되며, 유동화가 용이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함으로써 리브라의 가치를 안정시키겠다고 설명한다. 달러 등 선진국 단기국채나 ETF 등이 유력투자처로 예상된다.

리브라가 확산되면 태환 준비를 위해 더 많은 전통자산이 필요하다. 선진국 단기채권으로의 자금집중이 불가피하다. 자칫 전세계의 돈이 달러 등 일부 자산으로 집중시키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럽이 단일 통화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경제기초가 약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부담이 커진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 통화의 세력이 약해지면 경제격차를 조절하는 환율기능도 퇴화할 수 있다.

리브라 생태계의 지배구조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초기창립자들이 운영권을 좌우한다. 페이스북 등 창립자들이 주도하는 회의(Council)가 이사회(Board)를 통해 집행부(Executives)를 통제한다. 페이스북은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언젠가’ 이 같은 중앙통제를 없애겠다고 주장하지만, 리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금융자산 관리를 위해 ‘통제자’의 존재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상 주커버그 제국의 화폐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화폐는 권력이다. 태환을 기초로한 화폐는 제국 통치자의 전유물이었다. 고대 로마 아우구스투스의 순도 90% 데나리우스, 한 무제의 오수전(五銖錢)이 그랬다. 근대에도 아편으로 청(淸) 경제를 붕괴시킨 영국의 중앙은행이 꼭 200년 전인 1819년 ‘리브라(£)’를 금의 가치에 고정시켰다. 20세기 들어서는 미국 경제를 장악한 대기업가들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로 달러 발행권을 확보한다.

검은 돈 거래, 보안 등 1차적 우려를 떠나 리브라가 세계경제에 가져올 파장은 엄청난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리브라와 관련해 일제히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작금의 FRB를 잇는 새로운 경제권력이 될 수 있는 페이스북준비제도(Facebook Reserve System)의 탄생이 과연 이뤄질 지 예의주시할 때다. 저울대를 든 테미스의 다른 한 손에는 칼이 들려있다. 균형은 결국 권력자의 손에 달려있다.

홍길용 IB금융섹션 에디터/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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