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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여행의 힘

  • 기사입력 2019-06-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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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가 채워지지 않는가. 좋은 책을 읽어도 깨달음이 없는가. 아침엔 카페인으로 뇌의 시동을 걸고 밤이면 알코올로 육체의 피로를 달래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겐 ‘여행’이 필요하다. 필자는 여행을 예찬한다. 인간의 기본욕구 중 상위 욕구인 자기존중,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 남다른 힘이 바로 여행에 있기 때문이다.

나의 여행 예찬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 2학년 아들의 학부모 참관수업에 갔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내보낸 후 각자의 책상 위에 봉투를 놓았다. “아이들이 쓴 글이니 읽어보세요. 절대 비밀입니다.” 치킨을 안 사준다고 투정을 쓴 건 아닐지, 나눗셈을 틀려서 주눅이 든 건 아닌지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보자 필자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엄마와 여행 갈 때.” “이유는?” “엄마가 일 얘기 안 하고 나랑 놀아주니까.” 또박또박 써 내려간 아들의 글씨와 종이 결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나는 아들의 행복한 순간을 더해주기 위해 365일이 한 장에 인쇄된 달력을 펼쳐 아들과 여행을 계획했다. “생생하게 꿈꾸기! 여행 갈 자격이 되도록 각자 노력하기!” 결국 평범한 일상은 여행을 기다리는 설렘의 시간이 되었고 ‘여행의 자격’을 갖추려 우린 현실의 삶에 더욱 최선을 다했다.

학생의 본분, 사회인의 책임을 우선시하되 짧게는 3일의 연휴, 여름휴가, 심지어 업무가 필요한 외국행에도 아들을 데려갔다. 처음엔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서 있는 서로가 신기했다. 삶의 무게를 벗고 “넌 원래 그래”란 각자의 꼬리표를 떼고 살아온 공식을 벗어던진 자유를 만끽함에 매료됐다. 하지만 여행이 쌓여갈수록 여행의 모든 경험은 자양분을 흠뻑 담은 씨앗이 되어 삶에 필요한 3가지 힘을 성장시켰다.

첫째, 숙고의 힘이다. 푸르른 창공과 에메랄드 바다는 전파의 힘이 도달할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있는 듯하다. ‘서비스 안 됨’ 세상의 정보가 완벽히 차단된 이 시간이 여행의 골든타임이다. 생각도 하지 않고 묻지만 않았던가? 알려주는 이가 너무 많지 않았던가? 드디어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다. 깊이 숙고하며 나를 탐색하는 황금의 시간이다. 내게 편지를 쓰고, 여행의 설렘을 생생하게 적어도 본다. 여행의 용기에 내 마음을 쓰다듬고 불편했던 과오와 안타까운 이들을 떠올리며 회복과 이해의 뜰을 넓힌다.

둘째, 가족의 힘이다. 여행은 일상의 불가능한 한 가지를 가능케 한다. 가족이 세끼를 함께 먹는다는 점이다. 여행의 체력을 충전함은 기본이고 새로운 음식, 테이블의 질감, 잘 썰리는 나이프의 브랜드까지 논하며 소소한 경험으로 추억 한 편을 공유한다. 차마 넘기지 못한 개구리요리를 회상하며 비시시 웃고 섹시한 할아버지가 타준 1유로 에스프레소를 그리워한다. 스시를 먹고 울던 프랑스 소녀는 어른이 되었겠지? 여행지 밥상 추억은 우리 식탁 최고의 반찬거리다. 지금까지 밥 먹으며 대화한 시간을 합하면 일만 시간이 넘지 않을까. 우린 지금도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에 빠져 술 한 잔을 나눈다. 용맹한 장수도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던가. 여행은 탯줄보다 강한 힘으로 우리 가족을 견고히 연결해 주었다.

셋째, 사명의 힘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필자도 여행만은 내 행복에 집착했다, 내게 최선을 다하는 타인의 일과 노동은 내가 지불한 비용의 당연한 보상이라 여겼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들의 값진 땀을 감추고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호텔직원들을 만나며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일의 철학을 배웠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통해 행복과 풍요로움이 눈사태처럼 몰려가기를” 사명을 위해 입으로 떠들던 이 문장이 이젠 마음과 행동과 태도와 몸짓으로 진하게 스며든다.

필자는 이제 ‘나’를 주어로 ‘희생’을 말하지 않는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마음이 가는 곳에 내 몸을 맡길 줄 안다. 우리들의 인생도 좀 더 긴 ‘한살이’ 여행길이 아니던가. 그 여행이 지치지 않도록 생기를 불어넣는 짧은 일탈의 용기를 내길 바란다.

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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