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빈부격차 문제, 특히 일자리 문제를 봉준호식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비튼 영화 ‘기생충’에서 가족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장남 기우를 연기한 배우 최우식(29)은 등장인물중에서 분량이 가장 많다. 송강호보다 많다.

영화 내내 화자 역할을 하는 그는 극을 열고 닫는다.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노래 ‘소주 한 잔’도 직접 불렀다. 극을 이끌어가는 최우식의 연기가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고 있다.

“봉준호 감독님이 저를 두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안쓰러움이 묻어난다’고 하셨다.(그러고 보니 부잣집 아들 같은 귀공자 모습인데도 짠함이 공존하는 것 같다) 아마 안쓰러움이 없었다면 기우 역을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님이 수많은 배우들을 봤을텐데, 저를 선택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우는 대학에 4번 떨어지고도 대학생인 척 하고 친구의 소개로 고액과외 교사로 IT기업 박사장(이선균) 집에 들어간다. 이렇게 사기를 치는 게 별로 밉게 보이지 않는다.

“기우는 자기 이득을 노렸다기 보다는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가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인상을 준다. 기우는 대학은 떨어졌지만 노력을 많이 하고 가진 것도 많은 친구다. 기우에 대한 공감은 청년들이라면 당연히 할 것 같고, 지금은 모든 세대가 공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기우는 아버지인 기택이 “무계획이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나름 계획적이다. 친구인 민혁(박서준)으로부터 받은 ‘수석’을 물속에 놔두는 과정까지 상징적이지만, 계획에 의해 움직인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 기우는 계획이 뚜렷하다. 거기에서 벗어나면 멘붕이 온다. 하지만 나의 실제 모습은 기택에 가깝다. 연기라는 일은 보장된 게 없다. 물 흐르듯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노력할 뿐이다.”


최우식이 “어떤 배우가 되고싶은가?”라는 질문에 “과정이 즐거운 배우가 되고싶다”고 말한 것도 배우라는 직업의 무계획성과 연관되는 답변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제목과 연관된 ‘기생’과 ‘공생’, ‘상생’에 대해 물어봤더니, “(극중) 제 가족은 ‘공생’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이러니다. 올바른 길로 가지는 않았지만, 저는 돈 받고 (박 사장의 딸인) 다혜(정지소)를 가르친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답했다.

최우식은 ‘옥자’에 이어 ‘기생충’까지 봉 감독과 두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봉 감독의 새로운 페르소나 라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면서도 “나는 채찍보다 당근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최우식에게 ‘기생충’은 “제 인생에 가장 손꼽히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상 이전에 칸영화제 출품만으로도 영광이다. 봉 감독님, 송강호 선배님의 가족으로 함께 했다. ‘옥자’때 봉 감독님의 콜을 받을 때도 영광이었는데, 이번에는 더욱 감개무량하다.”

최우식은 어머니에게 칭찬받았다는 말도 했다. “가족들이 좋아해주셨다. 특히 어머니가 끝 장면의 먹먹함이 좋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살인의 추억’이 유튜브에서 영화 공부하는 교재로 사용되는 걸 본 적이 있다. ‘기생충’도 언젠가는 그렇게 사용될 것이다. 많은 이에게 영향을 끼칠듯하다”고 했다.

최우식은 벼락스타가 아니다. 여리게 보이지만, 한단계씩 쌓아올려 묵직한 배우가 돼가고 있다. 2011년 MBC ‘짝패’로 데뷔해 20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경력을 지녔다. 영화계에서는 최우식에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안겨준 독립영화 ‘거인’(2014)에서의 연기를 보고 다음에 캐스팅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마녀’(2018)에서는 악역을 맡았다.

“예전에는 생각 없이 즐겼다. 이제 생각이 많아졌다. 장면마다 감독님과 상의한다. 부담감이 생겼지만 그래도 연기 과정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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