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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헤럴드 부동산 포럼]“집값 떨어지는데 분양 과열…신축 선호현상 탓”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

양극화 시장 속 통계 읽는 법 제시
서울 고령아파트 80% 새아파트 수요↑
지역·상품별 양극화 세밀 분석 필요

‘빅 데이터로 진단 전망한 대한민국 주택시장’을 주제로 발표를 하는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

“집값이 오르지 않는데도 청약경쟁률이 높은 지역들이 있다. 왜 그럴까 고민한 결과 주택고령화에서 답을 찾았다.”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한 발표자의 참신한 분석에 청중은 숨을 죽였다. 부동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대우건설 연구원)는 2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헤럴드부동산포럼에서 두번째 발표자로 나서, 양극화가 극심한 시장 환경 속에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통계를 읽어내는 법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시장을 읽기 위한 핵심 데이터 중 하나로 ‘주택고령화’를 꼽았다. 전국 고령(입주 10년차 이상) 아파트 비율이 73%, 서울이 80%가 넘기 때문에 새 아파트 희소성은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득에 걸맞는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조 연구원은 청약경쟁률을 증거로 꼽았다.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하락하고 있는 울산에서 지난달 분양한 ‘문수로 두산위브더제니스’가 4.8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또 3.3㎡ 당 분양가가 5000만원에 육박하는 강남의 ‘디에이치포레센트’는 대출 규제, 전매제한 등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16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집값이 평균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통계만으로는 불가사의한 현상이지만, 신축에 대한 선호를 변수로 집어넣으면 비로소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10년 이상 아파트에 비해 3.3㎡ 당 284만원 가량 비싸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두번째 핵심 데이터는 ‘인구밀도’다. 조 연구원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보다는 절대적인 밀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집값이 좌우된다고 말한다.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집값이 높은 이유는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구의 증감은 오히려 시장을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가 줄어 집값이 하락하고 빈집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2015~2017년 전국에서 가장 큰 폭(-1.6%)으로 인구가 줄어든 서울은 집값이 25.7% 올랐고, 두번째로 인구가 많이 감소한 부산(-1.2%)도 집값이 26%나 올라 각각 집값상승률 2위와 1위를 차지했다. 반대로 인구가 늘어난 충남(1.9%)과 충북(0.7%)은 오히려 집값이 각각 1.7%와 1.6% 떨어졌다. 조 연구원은 “지방의 경우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주택의 대량 공급 덕분인데, 공급 때문에 집값도 하락한다”고 말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부산은 장기간 하락이 지속됐으며, 서울도 하락 중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조 연구원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6~10년 주택 가격과 5년 이하 신축 주택 가격의 차이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축이 중년 주택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면 중년 주택 거주자가 신축으로 옮겨가기 힘들어져 수요 하락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신축과 중년 주택의 가격 격차가 좁혀지면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 규제가 강화된 데다 주택시장의 순환주기를 고려했을 때 서울 집값이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안정세가 중장기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조 연구원은 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되게 해줄 것을 제안했다. 강남은 주택고령화와 인구밀도라는 집값 상승 양대 요인을 충족하고 있는 만큼 집값이 상승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해줄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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