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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북지원 3가지 난제…北시큰둥ㆍ남남갈등ㆍ식량사정
-美 기상위성 통해서도 北 심각한 가뭄 확인

-北, 南 인도지원 무반응…오히려 대남비난

정부는 대북인도지원과 관련해 이미 발표한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과 함께 직접지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악화된 대북여론 등 난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기상위성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가뭄지수를 표시한 분포도. 색깔별로 노란색이 ‘중간’, 붉은색이 ‘높음’, 검붉은색이 ‘심각’ 상태의 가뭄정도를 표시하는데 북한지역에 붉은색이 집중돼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왼쪽부터 4월 마지막주, 5월 첫째주, 5월 둘째주 변화.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가 대북인도지원과 관련해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추진과 함께 직접지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지만 넘어야할 고비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대북지원 카드가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물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와 북미 비핵화협상, 그리고 한반도평화 촉진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북한의 두 차례 무력시위에 따른 대북여론이 약화된 상태인데다 북한의 식량사정을 두고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정부의 직접지원을 수용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형편이다.

일단 정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방침에 따라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사업 등 국제기구 대북지원사업에 800만달러(한화 약 95억원)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과거 정부의 대북인도지원이 직접지원과 간접지원을 병행하는 형태로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국제기구 공여에 더해 직접지원 방식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국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여론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하고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량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47%로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 44%보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은 대북식량지원에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최근 장외집회에서 “도탄에 빠진 국민경제를 얘기해야지 지금 북한에 식량을 줄 궁리를 할 때이냐”고 말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미사일 도발에 대해 식량지원으로 화답한다면 앞으로 대북 협상력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정말 절박한지에 대한 의혹어린 시선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의 기근 우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올해 조금 악화할지는 모르겠지만 위기상황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북한은 항상 식량과 씨름하고 있는 나라”라고 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북한의 장마당 쌀값이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중국으로부터 식량보다 담배ㆍ과일 등을 오히려 더 많이 들여왔다는 통계를 근거로 북한의 식량사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비롯해 가뭄, 홍수, 이상고온 등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WFP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북한 현지에서 공동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식량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으로 136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의 극심한 가뭄은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기상위성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NOAA가 지난 6~12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토대로 작성한 한반도 주변 ‘가뭄 지수’ 분포도를 보면 한반도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지수의 ‘높음’을 의미하는 붉은색 점이 집중됐다. 노란색은 ‘중간’, 검붉은색은 ‘심각’을 의미한다. 더욱이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가뭄지수 분포도를 비교해보면 이번 가뭄은 예년에 비해서도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한 북한도 관영매체를 통해 식량난을 숨기지 않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여 모내기를 적기에 질적으로 끝내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오늘 우리가 강성해지고 잘사는 것을 바라지 않는 적대세력들은 우리 인민의 식량난을 겪게 하여 그들의 마음속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허물어버리고 나아가 우리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대북 직접지원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의 태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인도지원 추진 발표 이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19일 오히려 선전매체를 동원해 한미 워킹그룹과 한미일 안보회의(DTT) 등을 빌미로 대남 비난공세를 펼쳤다. 정부의 발표 전이기는 하지만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2일 남측의 대북인도지원을 겨냥해 ‘공허한 말치레’, ‘생색내기’, ‘호들갑’, ‘시시껄렁한 물물거래’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폄하하기도 했다.

정부가 대북 직접지원에 나서려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국내여론 감수는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시기, 규모, 그리고 운송수단 등의 대북제재 예외 인정이라는 난제를 풀어야하는데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상황을 한층 더 꼬이게 할 수밖에 없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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