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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이종명 영웅조작설에 육군 수뇌부 ‘시간 끌라’ 지침 하달 왜?
-‘스트레이트’ 영웅조작설 제기하자 육군 대책회의
-“5.18 연계 이슈화 막아야…공식 입장표명 최대한 미뤄야”
-육군 언론 브리핑서 관련 질문에 “검토중” 앵무새 답변만
-군 내부서 ”재조사하는 게 상식…이런 대응 부끄러워” 성토


서욱 육군참모총장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동료를 구하려다 지뢰를 밟았다는 일화의 주인공 이종명 의원과 관련해 ‘영웅조작설’이 제기됐지만, 군 당국은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육군 수뇌부가 “5.18과 연계해 이슈화가 예상되므로 육군의 공식 입장표명은 5.18 이후로 최대한 연기하라”, “기자 질문에는 ‘검토중’ 스탠스를 유지하고 이슈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MBC가 확인한 군 내부 문건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육군 관계자는 17일 MBC 보도와 관련해 “사안이 발생하면 대책회의를 한다”며 “이 건(이종명 영웅조작설)과 관련해서도 대책 회의가 있었다”며 대책회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MBC 보도가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당시 지침이 하달된 사실도 부정하지 않았다.

MBC 탐사기획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13일 ‘이종명 영웅조작설’과 관련해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 27일 전방수색부대 대대장 당시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가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다는 당시 육군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보도도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는 “당시 군의 사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종명 대대장은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위험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군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 영웅조작설 관련 “이슈 확산되지 않게 하라” 지침=이종명 의원은 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군 수사기관 조사 보고서가 잘못됐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육군 수뇌부가 ‘이슈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며 지침을 내린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방송 다음날인 1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 때부터 이상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영웅조작설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검토중”이라는 답변만 계속 반복했다.

육군 관계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으나, ‘추가 조사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결정되거나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시간끌기용’ 답변으로, ‘시간을 끌라’는 육군 수뇌부의 지침을 철저히 따른 대응이다

‘사실 관계 확인도 안 하느냐’는 질문에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의견에 대한 것이라서요”라고 답했다.

당시 증언에 대해 육군은 ‘의견’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스트레이트’에 나온 증언들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에 불과하다는 육군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

이런 인식은 결국 육군이 현재 제기된 의혹을 ‘한낱 의견에 불과한 것’으로 격하시켜 관련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사고 있다.

지난 1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도 육군의 대응은 철저히 지침에 따라 이뤄졌다.

지뢰 사고 당시 수색로를 벗어났는지 등 사실관계 확인부터 추가로 확인된 부분이 있는지, 당시 자료들은 어떻게 검증할 지 등의 질문에 모두 ‘검토중’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육군 언론 브리핑서 “검토중” 앵무새 답변…군 내부서 “부끄럽다” 성토=7분여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검토중’이라는 답변만 17번 나왔다. 30초마다 한 번 꼴로 언급한 셈이다.

재조사를 할 건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육군 수뇌부 지침에 따라 같은 말을 반복해 되뇌일 뿐이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런 중대한 문제가 제기됐으면 육군 수뇌부는 눈높이를 국민에 맞춰 재조사를 하는 게 상식”이라며 “육군 수뇌부가 시간 끌기용 지침을 내려 ‘검토중’이라고 앵무새 답변만 하는 것은 진상을 조사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한 통속이라는 얘기다”라며 “군인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새로 취임한 서욱 신임 육군참모총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욱 신임총장은 육사 41기, 이종명 의원은 육사 39기다. 이 의원은 지난 2002년 제1회 올해의 육사인賞을 받았다.

한편, 이종명 의원은 오는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2월 5.18 망언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계류돼 제명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3개월째 소속 정당의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아 제명 처분이 미뤄지고 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전에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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