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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임대차법 개정 한달④] ‘제로섬 게임’ 임대-임차 갈등…“권리금 양성화 돼야” 전문가 조언
-“임차인보다 임대인에게 권리 많은 시스템 개선돼야”
-“권리금 지나치게 규제하면 시장에 악영향 줄 수도”

서울 마포구의 망원동 골목. 이곳에서 만난 임차인들은 임대차보호법이 실효성이 없다고 호소했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ㆍ성기윤 기자] 전문가들은 임대차보호법 이후에도 계속되는 건물주의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서로의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임대차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는 기관이 늘어나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권리금을 양성화하고 임차인 퇴거보상에 대한 권리나 임차권을 법률로 명시하는 등 부가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쌔미(활동명)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조직국장은 “임대차 계약 당시 당사자간의 권리와 의무가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임차인에게 더 많은 의무가 지워지고, 임대인에게는 더 많은 권리가 주어지는 현재의 시스템이 여러 갑질 사례가 생겨난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법에 기재 돼 있는 등 여전히 임대인에 유리한 내용이 많다. 현실적으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의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 발생 시 중재를 도와주는 조정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쌔미는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상가법 제 20조 근거)나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 같은 조정 기구가 있지만, 한쪽이 조정에 불참하면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신청인과 피신청인 중 1명이 조정에 불참하면 ‘참석거부’로 조정 각하 된다. 조정이 사실상불가능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양측 모두 강제 출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대인과 임차인간 벌어지는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는 권리금을 양성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권리금은 크게 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으로 나뉘는데 그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국 권리금의 총합은 ‘부르는 게 값’이 된다”며 “이 때문에 권리금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고 순식간에 큰 돈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권리금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권리금에 세금을 부과하면 권리금을 함부로 높여 받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퇴거보상에 대한 권리나 임차권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계약 갱신 기간보다 퇴거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서 강제로 퇴거를 요구 할 때 그걸 막을 수 있도록 퇴거에 대한 보상을 건물주가 반드시 해야 하도록 법적으로 강제 해야한다”고 말했다. 임대인의 재산권이 임차인의 임차권보다 우선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물주가 세입자의 업종을 지정하는 것은 건물주의 권한을 넘어선 것 같다”면서 “임차권에 대한 부분을 법률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권리금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임대인의 투자 수익이 나지 않아 상가 공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에 악영향을 미쳐 사회 전체적으로 효용이 줄어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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