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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한바탕 춤으로 풀어낸 인생사…말보다 진한 몸짓 위로

SDP 개막작 ‘이상한 가족’


지난 달 25일, 대학로 가까운 종로 ‘열림홀 가나의집’에서 ‘제3회 서울댄스플레이페스티벌(SDP)’이 열렸다. 국내외 젊은 예술가들에게 안무·연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각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방향성을 두고 있다. 특히 관객이 작품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무용과 연극의 접목을 지향한다. 페스티벌 첫 날, 작년 베스트작품상을 수상한 뫔당스컴퍼니의 ‘이상한 가족’이 개막을 장식했다. ‘이상한 가족’<사진>은 안무가 박준희를 비롯해 소광웅, 이세미, 이나령, 김샛별이 함께 출연하고, 나레이션(반새롬)이 참여한 가운데 무용수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다. 20대, 30대, 40대의 나이에 춤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뫔당스컴퍼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객이 극장 안으로 들어서는 동안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편안한 연습복차림으로 스트레칭을 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대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몸을 풀고 있는 무용수들의 이러한 광경이 여느 무용단의 연습장 혹은 리허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카운트에 맞춰 간단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연습의 시작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공연이 시작됐다. 


무용수들은 한 명씩 춤으로 살아왔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지를 연상하며 유달리 그것들을 몸으로 표현하길 즐기고 좋아하던 시절, 그러나 그들에게 춤을 시작하며 행복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추고 싶은 춤을 찾아 헤매었던 사연, 춤을 찾아 나이 서른에 무작정 떠난 유학길 그리고 입시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춤췄던 기억 등 무용수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차곡차곡 쌓이고, 그들을 둘러쌌던 불합리함과 그것으로 부터의 상처와 허무, 허탈함에 대한 사연들이 그들의 굴곡진 시간을 대변했다. 기회조차 보이지 않던 막막함과 공허함, 인정받지 못하는 열등감, 뿌리내려버린 부정적인 마음, 나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무지함, 진실 되지 못하게 추는 춤. 늘 춤으로 살아온 무용수들의 지난날들은 어둠이 짙게 깔린 암흑기였다.

무대는 무용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기에 딱 알맞은 크기의 아담한 소파 하나에 그저 몇 개의 의자가 더해져 꾸며졌는데 그들의 소박한 마음가짐이 엿보이는 지점이었다. 소파는 무대 한 가운데에 자리하며 그들만의 울타리를 상징했다.

또한 세련되거나 화려한 동작으로 시선을 끌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관객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치장하지 않은 의상 그리고 관객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마임이 섞인 단조로운 동작들을 선택한 무용수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 고통 속 처연한 몸부림, 겁을 먹거나 위압감에 몸을 움츠리는 등 다소 연극적이면서도 직접적일 수 있는 동작들을 적극 차용하고, 나레이션을 더해 동작의 이해도를 높였다. 그렇게 무용수들의 고백은 동경과 모험, 희망과 무너짐, 도전과 실패, 꿈과 좌절 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하며 관객과 정서적 교감을 이뤄냈다.

춤으로부터 깨닫게 된 삶의 의미 그리고 춤으로부터 받은 삶의 영감, 그들에게 춤은 ‘솔직한 모습으로 살아가기’의 출발이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드리는 용기를 준다. 쏟아지던 시련과 갈등의 시간들이 자양분이 되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상한 가족’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투영하며 위로해주고 있었다.

dear.hankye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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