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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 교수]좋은 규제인가, 나쁜 규제인가
불판 위의 삼겹살을 보면서 ‘저 비계(지방)를 좀 덜 먹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가. 지방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과장됐다. 지방은 뇌의 80%를 구성하고 신체를 이루는 핵심 요소이며 에너지원이다. 중요한 것은 지방의 질이며 균형이다. 모든 지방이 성인병 원인이 아니듯 규제가 전부 나쁠 수 없다. 지방이 필수 영양소이듯 규제도 사업에 필수적이다.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이 있듯 규제도 구분될 수 있다. 좋고 나쁜 규제를 어떻게 구분할까? 일반적으로 세 개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소비자 권익을 제고하는가, 판매자의 공정경쟁을 촉진하는가, 그리고 시장에서 작동가능한가(workable)다.

보험업을 보자. 먼저 진입ㆍ퇴출규제다. 누구에게 시장에서 사업을 하게 허가하느냐다. 과거 진입규제는 매우 엄격해 기존 보험사에 유리했다. 최근 진입규제가 완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디지털혁명으로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좋은 규제’의 예가 되길 기대한다. 퇴출규제도 중요하다.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부실기업이 시장에 존속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소비자보호에도 반한다. 현재 퇴출제도가 ‘좋은 규제’ 인지 연구할 문제다.

둘째 시장행태규제다. 보험사가 시장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판매할 것이냐를 결정하는데 소비자 권익 보호와 직결된다. 가격ㆍ상품에 대한 규정이 대표적이다. 가격에 대한 직접규제는 시장을 왜곡할 수 있어 ‘나쁜 규제’로 비판받지만 필요한 경우도 많다. 독과점이나 정보비대칭으로 시장규율이 작동하지 않아 소비자가 상품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고, 공급자는 상품의 가격이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력이 없다면 유효경쟁이 부재한 것이다. 이 경우 직접규제는 ‘좋은 규제’다. 합리적 판단을 위해 소비자는 변액보험 보험료에서 수수료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는 복잡한 약관과 많은 특약 때문에 보험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워 보다 쉽고 투명한 상품을 원한다. 그런 면에서 과거 실손보험의 표준화는 ‘좋은 규제’로 평가한다.

셋째 자본규제다. 보험사가 어느 정도 자본력을 유지해야 하느냐를 결정한다.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시행이 2022년으로 다가왔다. 신자본규제(K-ICS)도 도입될 예정이다. 보험사는 자본을 더 충실히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소비자를 위한 안전망은 더 두터워진다. 초기 자본규제는 부채 가치를 왜곡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한 면이 있다. ‘나쁜 규제’의 예다. 새롭게 제시된 신자본규제 안은 훨씬 개선됐다. 시장 작동가능성만 확보된다면 ‘좋은 규제’의 예가 될 것이다. 자본규제 개선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강화되면 파산 확률은 감소한다. 그렇다면 예금보험료 규제도 변경돼 ‘좋은 규제’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좋은 규제’는 시장을 베이스로 한다. 모든 민영보험상품을 똑같이 만든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보험시장을 사실상 국가가 운영해야한다. 시장경제는 소비자가 스스로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다만 ‘좋은 규제’는 소비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고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규제는 인간이 만든 규칙으로 완벽할 수 없다. ‘나쁜 규제’는 반드시 만들어진다. 따라서 나쁜 규제로 확인되면 그 법제를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나쁜 규제를 좋은 규제’로 재탄생시키는 금융규제 개혁 활동은 상시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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