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과 혁신성장을 위한 환경조성에 관련된 의지를 표명했다. 어려움을 겪는 청년, 창업 및 벤처기업가, 중소기업, 자영업, 소상공인을 아우르는 중소기업 전반적인 생태계에 대한 고민과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볼 때 정책의 방향성은 어느 정도 시의적절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대한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정책적 지원이 덧붙여지는 모습이어야만 그 실효성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의 하부구조를 지탱하고, 경제주체로서 자리매김할 있도록 중소기업 금융에 대한 고민은 보다 선제적이고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 금융은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금융 기회 확대와 적시성을 제고하고 자금조달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자금을 조달할 때 은행자금 및 정부의 정책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며,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물론 대기업에 편중된 형태의 금융지원에서 탈피하는 구조적 변화와 물적 담보 위주의 대출에서 기술금융, 핀테크 등 점진적이나마 중소기업 금융에 대한 시장기능이 점차 제고되고 있는 점은 평가할만 하다.

과거에 비해 중소기업 금융에서 민간 시장기능의 역할은 매우 강화되고 있으며 자금조달의 경로 또한 다원화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기술과 미래가치, 그리고 혁신성에 대한 평가와 선별 기능은 아직 미흡해 중소기업 금융 수요와 시장기능 간에는 아직도 엄연하게 간극이 상존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중소기업 금융 시장의 변화가 구조적이고 실효적인 추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금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중소기업 금융은 자금 공급자로서 민간금융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정책금융은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기본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정책금융은 시장을 통한 민간금융의 기능을 침해하거나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장 친화적이며 시장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며, 자금지원의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해 중소기업 정책과의 시너지 효과 제고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책금융은 민간금융이 제공하지 못하는 부문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공급과 새로운 자금조달 기회의 제공으로 자리매김 돼야 것이다. 물론 정책금융 지원대상의 우선순위와 그 수단을 명확히 하는 것과 관련된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중소기업 모두를 지원하려고 하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민간 금융기관이 감당할 수 없는 사업군 또는 영역에 대한 일부를 정책금융기관이 분담하는 방식 또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민간 금융회사들은 유망 기업의 발굴과 육성 과정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선별 심사하는 능력을 배가해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데이터 개방과 활성화로 시장의 선별, 심사와 상품제공 능력을 충분히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전문화하고, 위험을 공유하는 투자에 정부 또는 다른 투자주체들이 이에 대응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공급을 상호보완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 금융시장에서도 기존 사업의 육성 지원 뿐 아니라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로는 중소기업과 관련된 기관들의 업무중첩성과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산재돼 있는 보증기능은 통합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및 미래에 대한 가치평가는 보다 전문화된 기관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본래 설립목적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인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그 역할에 보다 충실하기 위해 경영전략의 재검토와 함께 보다 세분화된 영역에서 전문화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고려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금융지원 방안뿐만 아니라 개별산업으로서의 우리 금융산업이 디지털화와 글로벌화로 축약되는 환경변화에서 도태되지 않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등 산업정책 차원의 진흥책이 긴요하다.

이는 경쟁력이 약화된 금융에 효율적인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이나 경제환경의 변화에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유연하게 응대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형태와 경로가 갖춰진 금융 시스템을 정비하고, 중소벤처기업 전반의 현실 여건이 충실히 반영된 중소기업 금융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금융산업 발전정책도 반드시 마련ㆍ제시돼야 할 것이다.

박도규 SC제일은행 전 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