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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초당 한번 CCTV 노출당신은 더 안전하십니까
코리아나미술관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展

中현대미술가 쉬빙 ‘잠자리의 눈’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강물에 한 여성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CCTV를 보던 경찰들이 묻는다. 누가 밀었나, 혼자 떨어졌나. 영화는 이 여성의 흔적을 찾는다. 그리고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성, 집요하게 그녀의 일상을 찾아보던 남성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영상들이 고전적 방법으로 동의를 구하고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1만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을 내러티브에 맞게 편집했다. 중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쉬빙(Xu Bingㆍ64)의 ‘잠자리의 눈’이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한 이 작품이 미술관에서 상영된다. 코리아나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인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에서다.

CCTV영상이기에 남녀 주인공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얼굴이 계속 바뀐다. 남성·여성의 목소리만 존재할 뿐, 영상 속 인물들은 이들의 대역일 뿐이다. 직장에서의 모습, 퇴근 후 데이트 등 일상이 낱낱히 까발려진다. 일상 뿐만이랴, 성형수술을 앞둔 수술실, 승용차 안, 화장실 등 일반적으로 CCTV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채집된 영상도 나온다. 연출된 것이 아니라 실제라는 사실에서 오는 충격이 상당하다. 감시가 일상화 된 빅브라더의 세상, 개개인의 삶이 더 안전해지기는 커녕 만천하에 드러날 뿐이라는 명제가 선명하다.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는 이렇듯 감시가 일상이 된 사회의 단면을 조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는 9초에 한 번씩 CCTV에 포착된다고 한다. AI 등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단순히 찍히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분류하며 추적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감시의 대상이 되는 수많은 흔적들을 자발적으로 남겨, 감시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쉬빙을 비롯 제인ㆍ루이스 윌슨, 애덤 브룸버그ㆍ올리버 차나린, 한경우, 신정균, 에반 로스, 이은희, 이팀(Eteam), 언메이크랩 등 9명(팀)의 작가는 이같은 상황에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보안이 강화되서 더 안전하느냐’고. 이은희는 ‘보안’의 기준점에 의문을 표한다. ‘콘트라스트 오브 유’(2017)는 흑인 여성의 셀피를 ‘고릴라’로 인식하는 구글 포토, 흑인은 인식하지 못하는 HP카메라 트래킹 시스템 등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삼는 분류 시스템과 오류를 파고든다. 기계의 눈이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그대로 반영함을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한경우 신작 ‘중립적 관점’도 중립적이지 않은 기계의 시점을 드러낸다. 전시장 도처에 깔린 카메라는 사람이 아닌 작품을 조명하지만, 송출된 이미지에선 원작을 짐작키 어렵다. 크기와 각도 초점 등 간단한 조작만으로 쉽게 변질된다. 그런가하면 에반 로스는 노트북에 남겨진 모든 인터넷 접속 기록을 인화한 ‘인터넷 캐시 자화상’ 연작을 통해 사적인 온라인 활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서지은 코리아나미술관 큐레이터는 “‘빅브라더’에서 벗어나 동시대 감시의 환경과 조건을 탐구하고, 감시의 기저에 깔려있는 가상의 믿음, 그 이면의 다양한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7월 6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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