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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무용평론가]원칙없는 문화재보유자 선정 문제있다
최근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불공정 심사로 인해 무용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4년 전 상황이 재현되어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2015년 12월 문화재청은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보유자 인정심사를 실시했고 총 24명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결과 태평무 1종목에서 단 1명 만을 인정예고 했다. 파장이 컸다.

우선,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사위원의 편파구성 및 자격논란, 콩쿠르식 심사방식,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등이 제기됐다. 무용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태평무 보유자 선정은 보류결정 됐고, 이후 자동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지난 3월 말 재검토(재심사), 무형문화재 ‘보유자 후보’로 11명을 선정했다. 특히 4년 전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자도 이에 포함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예컨대, 합격자와 불합격자 구분 없이 보유자 후보군(群)에 올린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누가, 언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재검토(재심사)해 11명을 선정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은 궁색하다. 2016년 3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보유자 인정심사는 2015년 12월에 치러졌다. 구법(舊法)으로 시험을 치르고 신법(新法)에 의거, 보유자 인정절차를 밟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여부는 법령의 범주를 넘어 예술적 고유성에 대한 가치판단에 따른다. 반추하건대,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무용계 반발은 불공정 심사논란 뿐만 아니라 예술적 정체성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자가 신무용 주자라는 점은 치명적이다. 신무용은 서양의 모던댄스(modern dance)에서 기원된 장르다. 근대 초기 ‘이상하게 생긴 배’를 타고 건너온 ‘양(洋)춤’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른바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이다. 전통춤과 신무용은 호흡, 춤사위 기법 등에서 완전히 결이 다른 춤으로 간주된다.

주지하다시피,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에서 가장 우선돼야할 가치는 원형과 정통성이다. 신무용 계승자에 대한 태평무 보유자 선정은 우리 춤의 원형과 정통성 보존이라는 문화재보호법의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근대 국민국가의 민족주의적 지향성을 담보한 무형문화재 제도는 1960년대 초 탄생된 공적 제도화의 산물이다. 무형문화재 장(場)에서 ‘민족(성)’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선험적 가치로 유효하다.

‘민족담론’의 관점에서 무형문화재 보유자 후보의 면면은 실로 아쉽게 느껴진다. 원형과 정통성 논란으로 보유자 인정예고에서 불발된 태평무 전수조교의 재선정은 개운치 않다. 일제의 침탈을 겪은 입장에서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국민적 정서와 맞지 않는 무용가도 포함되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또 수년 전 전수조교 심사에서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던 무용가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무용계가 “민족의 혼과 얼 훼손하는 불공정 문화재 행정은 당장 멈춰야 한다!”며, 문화재청을 규탄하고 나선 배경엔 이런 근본이 흔들리는 데 따른 우려가 있다. 민족의 혼과 얼이 서려있는 무형문화재는 국가 권위의 상징이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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