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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상장 리츠 ‘거품 떠넘기는 도구’ 안 되려면
“지금 내건 공모가로는, 상장돼서는 안 되는 종목이죠.”

‘국내 최대 상장 리츠’, ‘연 7%대 배당수익률’ 등을 예고한 홈플러스 리츠가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던 지난 2월. 한 금융투자회사 임원은 “리츠 시장은 물론, 공모 시장 전체의 수요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짙은 회의감을 드러냈다.

상장 이후 가격이 떨어질 게 뻔한 홈플러스 리츠에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될 경우, 다른 유망기업의 자금조달 기회가 사라진다는 논리였다. 당시 홈플러스 리츠 측은 투자매력이 높다며 흥행몰이에 총력을 기울일 때였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나 매각 등으로 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주식회사다. 홈플러스가 운영하고 있는 51개 점포를 매입하고, 대신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것이 홈플러스 리츠의 기본 구조다.

유통 업황이 안 좋다고는 하지만, 홈플러스가 약속했던 임대료조차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거나 점포가 줄줄이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이 결국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회수 방안 아니냐는 시장 지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홈플러스 리츠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맛봤고, 상장을 철회했다.

현재 국토부는 아직 경험이 적은 ‘어설픈 개미’에게 상장 리츠 투자의 위험도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 리츠 신용평가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자산 규모가 일정 기준 이상인 공모ㆍ상장 리츠로하여금 의무적으로 신용평가를 받고 공시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리츠 시장이 발달된 국가에서는 신용평가사로부터 평가를 받고 그 등급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는 데 반해, 국내 리츠의 경우 이같은 시스템이 없어 투자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모 당시 투자설명서나 금감원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 한국감정원이 운영하고 있는 리츠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이상 투자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현재 의원입법 발의된 상태로, 국토부는 올해 내에 시행령 개정 절차까지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리츠 업계도 일반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투자위험을 인지하기에는 현재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업계가 중심이 돼 투자위험 안내 기준을 만들고 이를 체계적으로 공시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참고할 사례로는 미국부동산투자수탁자협회(NCREIF)가 꼽힌다. NCREIF는 자산섹터, 레버리지 비율, 개발리스크, 국가리스크 등 요인을 고려해 ‘코어(Core)’, ‘밸류애드(Value-Added)’,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세 분류로 부동산 투자의 ‘스타일’을 구분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코어는 임대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나 차입의존도가 일정 기준 이하인 부동산 투자자산을 일컫는다.

밸류애드는 자산의 가치상승으로 인한 자본수익이 전체 투자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로, 유통 점포, 호텔, 스토리지(창고)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오퍼튜니틱은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나 무담보 투자 구조의 개발사업 등이 포함된다.

정부와 업계가 내놓은 두 방향 모두 ‘정답’은 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신용평가 제도는 일반 기업 신용평가와 비교해 투자 위험을 과장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부동산 투자 특성상 차입비율이 높고,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현금흐름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가 중심이 돼 투자위험을 알리는 방안은 리츠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힘들 수 있다.

상장 리츠가 활성화되면, 임대료 등 국민들의 다양한 부동산 관련 소비지출이 배당수익으로 재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에 의한 가계부채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에 앞서 “상장 리츠가 거품을 일반투자자에 전가하는 수단이 될 것”이란 불신부터 제거해야 한다. ‘정보 격차’ 해소가 그 출발점이다. 정부와 업계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길 바란다.

최준선 IB금융섹션 IB증권팀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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