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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관우오빠, 살 빼길 결심하다
만약 평생 살찌지 않는 몸을 보장해주는 티켓을 판매한다면 당신은 그 티켓을 구입할 것인가? 예상컨대 아무리 비싸도 단시간에 ‘매진’(Sold Out)이 될 것이다. “평생 살찌지 않는 몸이 된다!” 상상해보라. 그야말로 지구상 가장 매력적인 소비재가 아닐까?

신문을 펴면 정치ㆍ경제ㆍ종교 등 세상을 움직이는 전쟁이 난무하지만 정작 우리에겐 평생 자신과 싸워야 하는 ‘살’과의 전쟁이 참으로 버겁다. 얼마 전 현대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암, 치매와 같은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는 공통된 실천은 ‘체중 줄이기 즉 다이어트’라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도 이 충고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삶이 크게 양극화된다. 술 좋아하고 음식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던 씩씩한 오라버니들이 참 많이 아프다. 철수오빠는 해변에 누워있는 데 관우오빠는 병실에 누워있다. 철수오빠가 새로운 취미에 빠져있는 동안 관우오빠는 검진결과를 기다리며 초조함에 애를 태운다. 철수오빠가 뮤지컬을 보며 행복의 본질을 논할 때 관우오빠는 질병의 공포로 우울한 현실에 한숨 짓는다.

우린 관우오빠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도하지만 솔직히 철수오빠 같은 미래를 꿈꾸며 산다. 이제 다이어트는 더 나은 외모를 위한 선택적 전략이 아닌 남겨진 인생을 덜 아프고 더 웃게 만들어 줄 행복의 필요조건이다.

자,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내쉰 후 자신의 뱃살을 잡아보자. 당신의 뱃살이 작년보다 두둑이 잡힌다면 오늘만은 필자의 깐깐한 충고에 귀 기울여 ‘건강한 다이어트 철학’을 확립하기 바란다.

첫째, 비만은 영양 과잉이 아닌 영양 부족임을 명심하라. 뚱뚱하다고 영양이 많고 날씬하다고 영양이 적은 게 아니다. 비만은 필요한 영양은 섭취하지 않고 쓸데없는 영양만 과하게 먹어 몸의 질서가 무너진 결과다. 따라서 몸의 질서 회복을 위해 무엇을 먹을 지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왜곡된 실천으로 지방만 먹는 게 아니라 좋은 지방이 조화된 단백질을 먹고 탄수화물과의 결별이 아닌 정제 압축된 가공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 결국 당신의 밥상에서 탄수화물을 줄이되 매끼 좋은 단백질과 채소로 몸이 원하던 황금 영양을 채우면 된다.

둘째, 운동으로 체중을 확 뺄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 운동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원하는 열량을 운동으로 소비하기엔 일상을 멈추고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할지 모른다. 운동의 정의는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해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운동은 체중 빼기보다 내 몸의 둔감해진 센서가 제대로 반응하게 도와주는 필수적 실천이다. 운동하면서 상기하라. “내 지방을 덜어주고 내 식욕을 멈춰줄 유용한 센서들이 A/S 중입니다!”

셋째, 지방 컷이나 탄수화물 컷 같은 보조제에 솔깃 말고 종합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라. 가끔 종합비타민으로 식욕이 조절 되었다며 비타민이 살을 빼준다고 흥분하는 이들을 본다. 비타민이 살을 빼준 게 아니다. 도미노처럼 연결된 미세한 인체 퍼즐에 딱 부족했던 그 부분이 채워진 거다. 뼈와 근육에 도움을 주고 영양소의 대사를 도와주며 수면의 질과 신체의 피로를 조절해주는 깨알 같은 필수템의 총합이 바로 여기에 있다.

넷째, 제로 음식은 제로 성과를 낳는다. 식약처는 4kcal 미만에 대해 ‘0kcal‘ 표기를 허용한다. 이를 이용 200배로 더 단 인공감미료를 소량 떨구어 3.999kcal까지 열량을 줄이지만 뇌에서는 칼로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여겨 결국 더 먹게 되고 더 살이 찐다. 무설탕인데 못된 당으로 대체되고 지방이 없다더니 이번엔 당이 과하다. 제로는 똑똑했던 우리 뇌에 혼란만 야기한다.

필자의 주변엔 암보험, 치매보험에 가입했다며 마음을 놓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보험의 효력을 제대로 얻으려면 우린 암과 치매에 걸리면 된다. 예상치 못한 질병의 불운에 치료비 간병비의 부담을 줄여주지만 몸과 정신의 고통은 한 치도 줄지 않는다. 필자도 술 좋아하고 음식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남겨진 내 인생, 좋아하는 이들과 덜 아프고 더 웃으며 행복을 누리기 위해 오늘도 다이어트를 멈추지 않으리라.

강태은 프렌닥터연세내과 비만클리닉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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