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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김 빠진 콜라 같았던 데이비드 호크니 첫 한국전

  • 기사입력 2019-03-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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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ㆍ영국 테이트미술관 공동기획
주요작품 거의 없고…명성에만 기대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 경매가를 기록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에서 열린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테이트가 소유한 호크니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데이비드 호크니’ 라는 이름을 듣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지난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예술가의 초상’(1972년)이 9031만달러(약 1019억원)에 팔리며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경매레코드를 가진 작가라는 설명이 없어도 호크니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친다. 도판 혹은 화면으로만 보아도 그렇다.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태양빛이 작렬하고, 도시의 댄디함이 넘친다. 깔끔하고 한편 우아하다. 분명 구상이지만 추상적 면모도 과시한다. 보면 볼수록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그런 그림이 서울에 왔단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탔일까. 부제도 없이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이름만 내건 전시 치고는 ‘김 빠진 콜라’ 같았다. 영국 테이트미술관을 비롯한 8개 해외 기관에서 133점을 들여왔지만, ‘더 큰 첨벙’과 ‘클라크 부부와 퍼시’같은 주요작 몇 점을 제외하고는 석판화와 드로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호크니의 중요한 작업축인 포토콜라주 작품은 한 점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2000년대 이후 선보인 아이패드 작업도 없다. 밍밍하게 단 설탕물을 들이키는 기분이다.

약 10여년 전 한때 유행했던 ‘블록버스터’전시들이 떠올랐다. 인상주의 화가전의 시대였다. 그러나 요란한 광고와 달리 막상 중요한 작품은 몇 개 없고 그저 그런 작품들, 손바닥만한 드로잉, 딱 보아도 상태가 좋지 않아보이는 그림으로 채워진 전시였다. 한국까지 진품이 건너 온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관람했던 시기였다. 이후 미술관람객이 늘고, 안목도 올라가면서 이런 전시들은 점점 사라졌다. 기획사 전시라고 할지라도 대작으로 구성되고, 컨텐츠의 수준이 올라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놓고 “국내에 해외 유명전시를 소개하는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의 뒤샹전을 언급 했다. 미술관들이 자신의 컬렉션을 놓고 공동으로 기획하고 전시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립미술관의 호크니전은 뒤샹전과 그 출발부터 차이가 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뒤샹전도 필라델피아미술관과 협력으로 전시를 진행한 것은 맞다. 하지만 서울에 온 작품 중 대부분이 필라델피아미술관 상설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이다. 상설 전시실인 뒤샹룸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소장품의 해외나들이가 가능했다.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 경매가를 기록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에서 열린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테이트가 소유한 호크니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호크니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테이트미술관 컬렉션이다. 테이트에서 자신의 컬렉션만으로, 혹은 이걸 주축으로 해서 호크니 개인전을 열었던 적은 한번도 없다. 2017년 대대적으로 열었던 데이비드 호크니 회고전은 호크니 스투디오의 주최였다.

‘영국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인전을 영국 최고 미술기관인 테이트에서 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컬렉션이 있는데도 말이다. 테이트 컬렉션만으로는 미술관의 명성에 맞는 전시가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결국 뒤샹전에 버금가는 전시를 하겠다는 시립미술관의 야심찬 계획은 껍데기만을 베끼는데 그쳤다.

이 전시는 테이트와 서울시립미술관의 공동기획이다. 기획사의 대관전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전시를 실행하는데 서울시민의 세금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을 들여오는데 상당한 예산이 소요됐는지 입장료가 성인 1인기준 1만5000원이다. 일반적인 기획전이 무료거나 3~4000원 가량 받는 것에 비하면 차이가 난다.

백지숙 신임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기자들에게 호크니전을 소개하며 “본다는 것을 평생 화두로 삼아온 작가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에서 소개하는 해외거장전이라면, 단지 그 이름에 기댄 전시 말고 제대로 볼 수 있는 전시를 보고싶다. 콜라의 핵심은 탄산이니까.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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