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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차범위 ±30% 통계가 정확?…한국감정원의 이상한 강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6억 vs 7.8억 논란
감정원 자료 내 ‘조사 목적 다르다’ 해명
목적 다르면 31% 오차도 허용되는지 논란
‘오차 크니 참고만 하라’는 변명도 무책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국감정원(이하 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통계가 실제보다 31%나 높게 산출된 것이 확인됐지만, 감정원은 기존 통계가 틀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실제 중위가격은 6억원인가, 7억8600만원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감정원은 21일 해명자료를 통해 본지가 보도한 20일자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미스터리… 6억 혹은 8억원?”>과 21일자 <엉터리 주택통계… 통계청 검증도 소용없었다> 두 기사에 반박했다. 앞서 본지는 두 기사를 통해 감정원이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서울 아파트 1월 시세를 전수조사한 결과 실제 중위가격은 6억원이고, 이는 감정원이 1월 주택가격동향조사를 통해 발표한 중위가격 통계 7억8600만원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감정원은 해명자료에서 “중위가격에 대해 내부검토, 자문회의, 전문가 감수 등을 통해 작성방법, 공표적정성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내용은 기존 통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데 무게를 뒀다.

▶ 조사 목적 달라지면 31% 오차 가능?= 해명자료에서 감정원은 조사 목적에 따라 두 값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주택 공시업무는 과세 목적으로 균형성 및 형평성을 고려하여 ‘적정가격’을 산정하고, 주택가격동향조사는 ‘표본별 거래 가능가격’을 산정해 전국주택시장의 평균적인 가격 변화를 측정하는데 주 목적이 있어 두 조사 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감정원 측은 ‘적정가격’이란 ‘시장에서 정상적 거래가 이뤄질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높은 가격’이며, ‘표본별 거래 가능가격’이란 ‘시장 동향 조사 시 호가나 실거래 금액을 조사한 시세 개념’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의 주택에 31%나 차이가 나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세가 존재한다는 건 일반의 상식은 물론이고 학계의 의견과도 어긋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계학 교수는 “오차가 30%나 된다는 것은 통계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7.9%인데 30% 혹은 60%일수도 있다고 한다면 그 조사를 누가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 표본조사가 전수조사보다 정확하다?= 감정원은 주택가격동향조사 상 중위가격 통계가 서울 25개구에서 각각 표본을 추출해 구별 중위가격을 구한 뒤, 구별 아파트 호수를 고려해 가중평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중위가격 개념, 즉 서울 전체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줄세웠을 때 한가운데 순위의 가격과 다르다. 161만호나 되는 서울 아파트를 모두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표본조사를 한 것이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표본조사보다 정확성이 높다는 것은 이론이 없는 학계의 정설이자 상식이다. 표본의 비율을 늘리면 늘릴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고 비율이 100%가 되면 전수 조사가 돼 표본오차가 ‘0’이 된다. 표본조사는 조사 모집단이 너무 많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때 차선책으로 택하는 것일 뿐이다.

전수조사 결과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감정원이 발표해온 중위가격 통계는 지금껏 단한번도 검증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전수조사 결과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고 31%나 되는 오차가 확인된 이상, 기존 통계 작성 방식은 잘못된 게 명확해 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실제보다 2억원 가까이 높은 중위가격 통계를 보고, 시장을 판단한 셈”이라며 “잘못된 통계는 폐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중위가격은 단순 참고자료?= 감정원은 주택가격동향조사 상 중위가격 통계는 “가격지수변화 추정을 목적으로 설계돼 있어 오차 및 변동이 클수 있기 때문에 단순참고자료로만 활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를 1000원 단위까지 세밀하게 발표하고, ‘부정확하니 참고만하라’는 해명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위가격은 일반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의 현 상태를 하나의 숫자로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 통계로 평가된다. 평균가격의 경우 소수의 고가주택에 의해 전체값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위가격은 그러한 우려가 적다. 이 때문에 소득대비주택가격(PIR) 등을 산정할 때 중위가격이 쓰이며 “13년 동안 한푼도 안쓰고 모아야 서울 집 한 채 살 수 있다”와 같은 해석이 나왔다. 올해 들어 김수현 정책실장과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소득 대비 집값이 여전히 높다”라고 한 것 역시 중위가격을 신뢰해 나온 발언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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