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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 주 52시간으론 ‘제2 벤처붐’은 불가능하다

  • 기사입력 2019-03-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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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주당 52시간 근로제란 규제 개혁 없이 ‘제2 벤처붐’ 구현은 불가능하다.

생산의 패러다임과 연구의 패러다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공장에서는 규격화된 통제를 통해 실패를 사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규격화된 업무매뉴얼을 통해 생산인력의 대체 투입도 대부분 가능하다. 공장의 존재 이유는 효율과 품질의 확보다.

그러나 연구소에서는 규격화된 연구는 있을 수 없다. 과거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위해 창조적 도전이 필요하고, 그 결과 실패는 필연적이다. 연구소의 존재 이유는 창조와 도전이다. 생산은 반복되는 가치를, 연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적이다.

공장은 실패가 없어야 되고, 연구소는 실패를 지원해야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패러다임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인 근무형태 강요는 국가경쟁력을 급속히 추락시킬 것이다. 겨울에는 겨울옷을 입어야 하고, 여름에는 여름옷을 입어야 한다. 근무시간도 마찬가지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고성장 벤처로 가능하다는 게 주요국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산업활동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연구개발하는 혁신사이클과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재현하는 생산사이클로 나눠진다.

주 52시간이란 규제는 반복되는 생산사이클에는 적용이 가능하나, 혁신사이클에는 독약이 된다. 따라서 혁신사이클의 중심에 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강요는 제2 벤처붐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벤처기업이란 과거에 없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혁신기업이다. 스타트업은 창업벤처이고 스케일업은 성장벤처가 되고 유니콘은 글로벌벤처가 된다. 벤처의 경쟁력은 남들보다 앞서 기회를 포착하고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있다.

이 과정은 경쟁사와의 피 말리는 시간싸움이다. 유니콘을 포함한 성공 벤처기업들은 남들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아한 백조와 같은 벤처기업의 성공은 수면 아래서의 피나는 발 젓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벤처기업의 가장 중요한 시간경쟁력은 주 52시간 규제로 침몰 직전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자이고,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의 청년들이다.

한국의 중견 벤처기업들은 주 52시간 규제로 중국과의 시간경쟁을 포기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경쟁력은 남들보다 빨리 반도체를 개발하고 다리를 건설하고 게임을 개발하는 ‘빨리빨리’ 역량에 있었다. 한국 기업이 주 52시간 규제될 때 중국의 경쟁기업은 막대한 인력을 2교대로 투입해 월화수목금금금 쉬지 않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들이 개발인력을 일방 착취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동안 벌 수 있는 수입을 3, 4년에 벌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급여보상을 해준다. 그리고 많은 개발자들은 워라밸의 의미를 ‘단순히 일을 줄이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의 주당 100시간과 한국의 주당 52시간의 경쟁 결과는 국가경쟁력의 추락이다. 대외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수반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정책이다. 주 52시간 규제로 한국의 중견 벤처와 대기업들은 중국과 기술개발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자리는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에서 비롯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주 52시간 규제는 반드시 혁파돼야 한다. 적어도 벤처의 연구개발 부문 인력에 대해서는 유연한 시간과 임금체계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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